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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NYT “尹, 바이든 미국 비운 틈타 계엄 선포한 듯”

입력 : 2025-12-16 16:02:23
수정 : 2025-12-16 1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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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둔 바이든, 2024년 12월 2∼4일 외유
아프리카 앙골라 수도에서 ‘韓 계엄’ 첫 보고
특검팀도 “바이든→트럼프 교체기 혼란 노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6개월 장정을 마무리했다. 그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왜 2024년 12월 3일을 계엄령 선포일로 선택했을까’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검팀은 ‘주한미군은 물론 한국군에 대해서도 전시 작전통제권을 지닌 미국이 대선 이후 정권 교체를 앞두고 빠진 혼란기를 틈탄 것’이란 취지의 분석을 내놓았다. 당시 미국의 사정은 대체 어땠을까.

조은석 특별검사가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 결과 발표 후 취재진과 나눈 일문일답 도중 “비상계엄 선포일을 왜 12월 3일로 정했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정적으로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10월 유신도 미국 대통령 선거 중에 있었다”며 “군 부대 이동에 있어서 미국의 개입 차단을 위해 미국 대통령 선거 뒤 취임 전 혼란한 시기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10월 유신’이란 1972년 10월 17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장기 집권을 위한 개헌을 앞두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을 뜻한다.

 

현직 부통령이기도 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 전직 대통령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맞붙은 미 대선은 현지 시간으로 2024년 11월 5일 실시됐다. 하루 뒤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며 미국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의 정권 교체기에 돌입했다.

 

12·3 사태는 미 대선으로부터 약 1개월 뒤 일어났다. 특검팀 관계자는 “(12·3) 계엄 선포가 미국 대선 전후 혼란한 시기에 있었다”며 “사실상 미국으로부터 (계엄을) 인정받지 못하면 100%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해 “지난 계엄의 역사를 통해 알 것”이라며 “(그래서) 그 시기를 아마 골랐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사진은 두 사람이 현직 시절인 202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나 한·미 정상회담을 갖기 전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금으로부터 1년여 전인 2024년 12월 초의 미국 수도 워싱턴으로 가보자. 그해 12월 1일 백악관은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아프리카 앙골라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으며 이듬해인 2025년 1월 퇴임이 확정된 바이든의 임기 중 마지막 해외 출장이었다. 한국에서 12·3 사태가 일어난 그 시각 바이든은 앙골라 수도 루안다에 있었다.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은 과거 미국의 노예제에 대해 사죄하는 뜻에서 루안다 소재 국립노예박물관으로 이동하는 도중 차량 안에서 한국 상황에 관한 첫 보고를 받았다. 아무래도 백악관에 있을 때보다는 보고가 지연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 시간으로는 12월 3일 자정을 넘기고 4일 오전 1시가 되어서야 미 국무부가 “한국 정부와 소통을 시도 중이며, 외국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도 보고를 들어 알고 있다”고 발표한 사실이 국내 언론에 의해 타전된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미국은 이(계엄 선포) 발표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며 “한국의 상황 전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이 하필 이 시점에 계엄을 선포한 이유를 놓고 미 정가에서 추측이 일고 있다”며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로 전환하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밖에 있어 이때를 선택한 게 아니냐”고 보도했다.

2024년 12월 3일 아프리카 앙골라 수도 루안다를 방문한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주앙 로렌수 앙골라 대통령과 함께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대선 불출마로 이듬해인 2025년 1월 퇴임이 확정된 데다 ‘정적’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후임 대통령에 당선된 것 때문인지 바이든이 표정이 무척 어두워 보인다. 바이든이 앙골라에 있던 바로 그 시각 한국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AP연합뉴스

NYT 기사 내용과 특검팀의 분석이 대체로 일치하는 셈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을 이른바 ‘거사일’로 택하는 데 무속인이 관여했다는 항간의 의혹과 관련해 “무속 개입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