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학점 이수 기준을 놓고 고심했던 국가교육위원회가 결국 공통과목에는 학업성취율과 출석률을 모두 적용하기로 했다. 교육부와 교원단체 중 교육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학업성취율 제외를 주장했던 교원단체들은 교사 부담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현장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통과목 학업성취율·출석률 모두 충족해야
국가교육위원회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3차 회의를 열고 ‘고교학점제 관련 국가교육과정 수립·변경 행정예고(안)’을 공개했다.
기존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은 학점 취득 기준에 대해 ‘출석률과 학업성취율을 반영하여’ 설정한다고 돼 있었지만, 이번 행정예고(안)은 ‘출석률, 학업성취율 중 하나 이상을 반영하되, 교육활동 및 학습자 특성을 고려하여 설정한다’는 내용으로 변경됐다. 고교학점제의 학점 이수 기준에서 출석률과 학업성취율 중 하나를 빼도 되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올해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적성에 따라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192학점을 취득한 뒤 졸업하는 제도다. 고교 졸업을 위해선 3년간 192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학점을 이수하려면 출석률(과목 출석 3분의 2 이상)과 학업성취율(40%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데, 교사들은 학업성취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을 보충지도하는 부담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9월 보충학습 시수를 줄여주는 등 교사 부담을 줄이는 개선안을 내놨지만, 현장의 주요 관심사인 ‘학점 이수 기준 완화’에 대해선 결정을 국교위에 넘겼다. 교육부는 국교위에 ‘공통과목은 기존처럼 학업성취율·출석률 모두 적용하고 선택과목은 출석률만 적용’하는 1안과 ‘공통·선택과목 모두 출석률만 적용’하는 2안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1안이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더 살린다는 입장이지만, 교사들은 2안을 주장해왔다.
국교위는 산하 기구 논의 등을 이어간 끝에 교육부가 무게를 실은 1안을 선택했다. 국교위는 이날 교육부에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와 정책 시행의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통과목의 학점 이수기준은 출석률과 학업성취율을 반영하고, 선택과목은 출석률만 반영해 설정하라”고 권고했다.
국교위는 또 교육부에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 외 다양한 이수 기회 제공,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 운영 시 보충지도 횟수 및 방식 등 학교 자율 시행, 기초학력보장지도 등과의 연계 방안 마련,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 참여 교원에 대한 보상 방안 마련 등에 대한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교원단체 “가짜 책임교육” 반발
학점 이수 조건에서 학업성취율을 빼야 한다고 주장했던 교원단체들은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를 책임교육이란 이름으로 유지하려는 시도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며 반발했다. 3대 교원단체인 전국교사노동조합연맹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과목 미이수 문제를 교사의 평가 책임으로 전가하지 말고, 교육청과 교육부가 실질적인 이수 지원 프로그램과 지원 체계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책임지도는 필요하지만 지금의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는 ‘가짜 책임교육’”이라며 “학업성취율을 기준으로 한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는 학생의 학습 성장보다는 이수 판정을 위한 형식적 요건 충족에 매달리게 하고, 교사에게는 끝없는 서류와 행정을, 학생에게는 실질적 도움 없는 보충지도를 남기고 있다. 이는 책임을 다하는 교육이 아니라, 책임을 흉내 내는 행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기초학력 보장은 성취율 기준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나서서 초등 단계부터 기초학력을 책임지는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충분한 인력과 예산 지원 없이 고교 단계에서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만 유지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전가”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