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를 개발하는데 공대공미사일은 왜 개발을 안했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국방부·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관계자들에게 던진 질문 중 하나다.
대통령이 회의에서 특정 무기체계를 콕 집어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산 KF-21 전투기 개발이 예정대로 진행되어 첫 양산이 이뤄지고 있지만, 공대공미사일은 모형 단계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군과 방위사업청은 유럽산 아이리스-티(IRIS-T)와 미티어 미사일을 장착하는 한편 국산 단거리·장거리 공대공미사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산 미사일로 긴급 소요를 보충하고, 국산 미사일 개발이 완료되면 양산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변화하는 전장 환경과 동아시아 정세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무보고에서 거론된 미사일 문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기된 공대공미사일 문제는 FA-50 경공격기 수출, KF-21 무장 탑재와 관련이 있다.
FA-50GF 12대와 FA-50PL 36대 구매 계약을 맺은 폴란드에선 지난해 정권교체 직후 FA-50GF와 관련해 “장착할 무기가 계약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식의 비난이 나온 바 있다.
이같은 주장은 전임 정권을 비난하려는 정치적 의도였다는 지적이다.
FA-50은 국산 정밀유도폭탄(KGGB)을 제외하면 미국산 항공무장을 사용한다.
FA-50 경공격기를 수출할 때, AIM-9L/M 단거리 공대공미사일과 AGM-65 공대지미사일 등의 미국산 항공무장은 기체 도입 국가가 따로 사서 쓰고 있다. 필리핀 등 기존 구매국들도 이와 관련해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폴란드도 지난 6월 FA-50GF에 쓸 AIM-9L 24발 도입 계약을 맺었고, 한국에서 AIM-9P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공대공미사일을 확보했다.
폴란드 요구사항이 반영되는 FA-50PL에는 최신형인 AIM-9X가 탑재될 예정이다.
KF-21은 사정이 다소 다르다. KF-21은 독일 딜 디펜스가 제작한 아이리스-티(IRIS-T) 단거리 공대공미사일과 유럽 MBDA가 만드는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한다.
유럽산 항공무장으로 최소 수량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국산 무장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이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전투기를 개발하면서 공대공미사일을 왜 같이 개발하지 않았나”고 질문한 것도 이같은 정책 구조에 대한 의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이건완 국방과학연구소장은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기술적 리스크 등으로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이 대통령의 질문에 답했다.
공대공미사일은 설계·개발 난도가 매우 높다. 단순히 항공기에 장착만 해서는 실전에서 쓸 수 없는 무기다.
공대공미사일은 고기동·초음속 표적을 상대하며, 이 과정에서 표적의 회피기동과 전자전을 극복해야 한다.
전투기 레이더·전자전 장비·사격통제체계와 긴밀히 연동해야 한다.
가시거리 밖의 표적을 타격하는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은 데이터링크와 발사 후 목표 재지정, 안전거리, 각도 제한 등도 고려해야 한다.
이 모든 요소를 검증하려면 완성된 전투기에 미사일을 체계통합하고 오랜 시간 시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산 KF-16, F-15K는 우리 손으로 무장통합을 하는 것이 어렵다.
독자적인 무장통합을 하려면 국산 기종이 필요하다. KF-21 개발을 계기로 국산항공무장을 만드는 사업들이 잇따라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 단거리 공대공유도탄-Ⅱ, 장거리 공대공유도탄 체계개발 사업이 추진중이다.
단거리 공대공유도탄-Ⅱ는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2032년까지 4359억 원을 투입해 LIG넥스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국내 방산업체와 함께 개발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서울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등에서 공개된 모습에 따르면, 아이리스-티와 유사한 외형을 지니고 있다.
국내 개발중인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 요격탄과도 비슷하다. 장사정포 요격체계 개발 관련 기술과 데이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거리공대공유도탄 체계개발 사업은 지난 9월 기본계획이 의결됐다.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7535억 원을 들여 2033년까지 개발한다.
국내 방산업체도 개발에 참여한다. 이를 위해 내년 초 체계개발 사업 공고가 있을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의 참여가 예상된다.
미티어와 유사한 외형을 지니고 음속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내는 덕티드램제트 엔진을 장착하며,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초고속 비행과 정밀타격력을 갖출 예정이다.
◆북·중 공군 강화…미사일 대량 비축 서둘러야
국산 항공무장을 개발하면 KF-21 수출 과정에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기체와 항공무장, 훈련체계 등을 패키지로 공급하면, 부가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군의 전투준비태세다.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KF-21은 현재 첫 양산이 진행 중이며, 2032년에 생산이 완료된다.
국산 항공무장 배치는 그 이후 시점이다.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은 2033~2035년,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은 2034~2038년 양산될 예정이다.
국산 무장 양산이 충분히 이뤄질때까지 전력공백을 메울 ‘갭 필러’로 미티어 등의 유럽산 공대공미사일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군은 최소 수량만 구매하는 모양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의 정책자료에 따르면, 합참은 3조 원의 예산 부담을 이유로 전투 무장을 최소 소요량만 승인했다.
국산 무장 개발과 양산도 고려해야 하지만, 개전 초 공군 작전계획을 감안해서 전시 탄약소요에 맞는 미사일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KF-21 후속 양산분에도 미티어 등의 유럽산 미사일을 충분히 운용할 수 있도록 구매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 의원도 정책자료에서 “무장 소요 원상 복구와 해외 구매 방식을 후속 양산분까지 확대 추진하라”고 제언했다.
이같은 조치는 북한과 중국의 공군력 강화를 견제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북한은 최근 수호이-25 공격기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공개했다.
러시아의 kh-56MK2와 유사한 모습을 지닌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수백㎞를 날아가 지상 표적을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항공기와 다름없는 순항미사일로 정밀도가 높다”며 “북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격 목표는 우리 군의 최고 민감 시설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선에서의 근접항공지원에 쓰이는 수호이-25 전투기가 전략적 타격력을 지닌 핵심 장비로 거듭나는 셈이다.
이는 수호이-25가 과거처럼 한국군 방공망과 가까운 지역까지 날아와 지상폭격을 하는 대신 전선에서 수백㎞ 떨어진 안전지역에서 장거리 정밀타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고고도에서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전투기에서 갑자기 발사한다.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이같은 공격을 저지하려면 초고속으로 먼 거리를 날아가 적기가 회피할 여유를 주지 않고 격추하는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이 기존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빠르게 전력을 키우고 있는 중국 공군 위협 대응 수요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J-20을 약 1000대 보유할 계획이다.
J-16을 비롯한 비스텔스 전투기와 더불어 조기경보기 등의 지원 전력도 급속히 강화되는 모양새다.
질적·양적 측면에서 빠르게 강해지는 중국 공군의 첨단 전투기를 상대하려면, 첨단 공대공미사일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사전에 충분한 수량을 비축해야 하는 셈이다.
KF-21에 쓰이는 미티어는 마하 4(음속 4배)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 200㎞ 밖의 상공에 있는 적기를 격추할 수 있다.
적기가 미사일을 회피하지 못하는 구역은 미국산 AIM-120 미사일보다 3배 이상 넓다.
AIM-120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에너지가 급격히 약해지므로 요격 성공률이 낮아진다.
반면 미티어는 추력제어가 가능한 덕티드램제트 엔진을 사용해 최종비행단계에서도 매우 빠른 속도를 낸다.
분쟁 지역에서 제공권 유지는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빠른 속도로 공군력을 확장하는 중국, 항공무장 강화를 통해 공군 전투력을 높이려는 북한은 한국 공군에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지고 있다.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북한과 중국 공군을 견제하면서 유사시 압도적 전투력을 발휘하려면, 미티어를 비롯한 첨단 미사일의 신속한 도입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소형 드론으로는 적기를 격추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