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구, 꽹과리가 만들어내는 강렬한 소리 속에서 소녀들이 선보인 춤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두 명이 호흡을 맞춰야 했던 사자춤은 간결한 1인무로 바뀌는 대신 두 마리로 늘어나 더욱 역동적인 무대를 만들어냈고, 상모춤 역시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1962년 창단 이래 한국 전통예술의 아름다움을 지켜온 리틀엔젤스예술단이 전통 양식을 새롭게 해석한 신작 ‘신탈춤’으로 100년 역사를 향한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리틀엔젤스는 20일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세계 순회 6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 ‘하모니’를 통해 가야금 병창, 합창과 함께 7편의 무용을 선보였다. 멀리는 1964년 초연된 ‘부채춤’부터 2020년 선보인 무용계 거장 배정혜의 안무작 ‘바라다’까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무대였다.
특히 마지막으로 선보인 ‘신탈춤’은 전통 탈춤을 사자춤, 상모춤의 새로운 해석과 함께 유기적으로 엮은 역동적 춤판이었다. 통상 리틀엔젤스 공연은 중학생으로 구성된 대반과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구성된 소반이 교대로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그런데 이 작품은 대반 공연에 소반 단원도 함께 참여하면서 표현의 다양성이 한층 풍부해진 무대를 만들었다. 리틀엔젤스 출신인 박규나 무용팀장이 연출하고 유재성이 안무한 이 작품은 2024년 ‘신명한판’ 이후 1년 만에 나온 신작으로, 리틀엔젤스가 지향하는 미래상을 보여줬다.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유연하게 현대화하는 리틀엔젤스만의 예술세계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이 밖에도 우아하고 섬세한 ‘부채춤’, 역동적인 리듬이 살아 있는 ‘북춤’, 해학이 묻어나는 ‘처녀총각’과 ‘시집가는 날’, 섬세한 가락이 어우러진 ‘가야금병창’과 크리스마스 캐럴 합창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질 때마다 관객들은 탄성을 지르며 어린 예술가들에게 갈채를 보냈다.
특히 이번 공연은 1965년 9월 20일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사저 공원에서 시작된 리틀엔젤스 세계 순회 6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무대였다. 이후 14차까지 진행된 리틀엔젤스 세계 순회 공연은 지금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든 전설적 규모다.
전미투어의 경우 한 번 공연에 나서면 수개월 동안 어린 예술단원과 악사, 소수의 스태프가 투어버스에 악기와 무대 소품 등 살림살이에 가까운 짐을 싣고 미 대륙 70여 도시를 돌며 공연했다.
초창기 라이브 공연이 함께했던 시대에는 당대 손꼽히는 국악인이 악사로 참여하며 무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들이 함께 만든 리틀엔젤스 레퍼토리는 현재 국악계 명인들에게까지 이어지며 우리나라 전통공연의 해외 레퍼토리 교과서가 됐다. 출연진 중엔 당대 최고 소프라노 신영옥이 6·7·9·11차 공연에 참가했으며,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15·16차,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는 4·5·6·7·9차 투어에 참여했다.
투어 일정은 카라얀, 레너드 번스타인 등을 거느렸던 기획사 컬럼비아아티스츠가 관리했다. 영국에서 건너온 비틀스가 미국 첫 무대로 택했던 당대 최고 TV 프로그램인 에드 설리번 쇼에도 두 차례 출연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과 전통문화예술이 지닌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며, 전쟁, 고아, 국제구호로 고정됐던 대한민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기여한 원조 ‘K컬처’ 사절단이었다.
민간 예술사절단으로서 리틀엔젤스는 지금도 해외 순회공연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대 세계적 팬데믹이라는 어려움으로 국제 공연이 중단되었던 시기에도 리틀엔젤스예술단은 쉬지 않고 신작 개발, 예술 인재 육성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2022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EXPO 한국의 날’ 공연을 시작으로 쿠웨이트 ‘한-쿠웨이트 에너지 협정 60주년 기념공연’, 미국 워싱턴 DC ‘광복 80주년 및 6·25전쟁 75주년 기념 음악회’, 독일·영국 ‘세계평화 콘서트’ 등 국제적 의미를 지닌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예술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홍콩 ‘드럼 페스티벌’은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초청되어 2년 연속으로 무대에 올라 현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한국 전통예술의 아름다움과 역동성을 다시 한 번 세계 무대에 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