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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위 배당 보장이 관건… “위헌 신청 땐 내란재판 지연”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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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재판부법 법조계 반응

‘특정사건 재판부’ 위헌 소지 여전
“국민 합의 안거쳐 불복 빌미” 비판

국회가 23일 본회의에서 처리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은 그간 사법부가 제기해 온 위헌 소지를 최대한 덜어냈다는 평가다. 특히 사법부가 강조한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에 대해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법원에 재량권을 줬다는 시각이 짙다. 이에 내란 사건 항소심을 담당할 서울고법이 판사회의와 사무분담회의 등을 통해 마련할 전담재판부 구성 기준이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정 사건에 대한 재판부 구성을 법률로 정해 둔 것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사건 피고인들이 위헌법률제청 신청 등으로 재판을 지연할 빌미가 생겼다는 지적도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선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해 관련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내용의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안(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뉴스1

◆재판부 구성에 ‘외부 개입’ 경계

사법부는 그간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당초 민주당이 제시한 법안이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을 훼손해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와 변호사단체가 재판부 후보자 추천위원회 추천 절차에 참여한다는 내용의 ‘내란특별재판부’ 법안에 대해 행정처는 8월29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국회 등이) 특정 사건을 전담할 특별영장전담법관이나 특별재판부 구성에 관여해 개별 사건의 사무분담·사건배당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정사건 담당 법관을 임의로 혹은 사후적으로 정할 경우 재판 독립성·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저하돼 국민과 당사자가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권에서 재판부 구성에 개입하면 사법의 정치화가 초래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내란특별재판부 법안에 대한 삼권분립 논란이 커지자 재판부 후보 추천위원회에 국회 몫이 빠진 ‘내란전담재판부’ 법안이 논의됐다. 전담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가 1명, 법원 판사회의가 4명, 대한변호사협회가 4명씩 추천해 총 9명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이었다. 행정처는 그러나 반대의견을 유지했다. 사법부 독립의 핵심인 사무분담과 사건배당에 대해 외부의 영향을 미치는 것 자체가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입장이었다.

이후 내란전담재판부 추천위원회에 헌법재판소장 추천 3명, 법무부 장관 추천 3명, 판사회의 추천 3명이 들어가는 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했으나 사법부는 재판부 구성의 외부 개입을 계속 문제삼았다. 천대엽 행정처장은 지난 3일 “헌재는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시합의 룰, 재판의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되는 부분이 생긴다”며 “결국 헌재소장과 직·간접적인 관계에 있는 재판관들도 이 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관련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위헌성 여전” “오히려 불복 빌미”

다만 법조계에선 내란전담재판부법에 여전히 위헌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사건만을 대상으로 하는 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나 헌법 개정 없이 법률만에 근거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내란 사건 당사자들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해 재판 지연의 가능성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통과된 안이 사법부 예규안과 큰 차이가 없다지만 법률로 특정 사건을 위한 특별재판부를 두는 것은 여전히 위헌 소지가 있다”며 “재판 당사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이나 헌법소원 제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이를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여 재판이 정지되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헌법이나 국민적 합의에 기반해 재판부가 설치되는 게 아니라 어느 한 당에 의해 재판과 관련된 법률이 통과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일부 국민들이 재판에 불복할 빌미를 준다는 의미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