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임신과 출산은 인생의 특별한 순간이다. 한 생명이 탄생하는 숭고한 과정이기도 하려니와 10개월 동안 여성의 몸은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된다.
그러나 이 시기, 10만 건의 출산 중 약 30명에서 뇌졸중이 발생한다. 소위 ‘모성 뇌졸중(maternal stroke)’이다. 임신성 뇌졸중이라고도 한다. 모성 뇌졸중은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12주 이내에 발생한 뇌졸중을 뜻한다. 시기로 보면 분만 전 10%, 분만 중 40%, 산욕기 50%로 출산 후에 더 많다.
임신은 어떻게 뇌졸중에 영향을 주게 되는 걸까. 바로 혈역학과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다. 임신 중 혈류량과 심박출량이 증가하면서 심장과 혈관에 부담이 커지고, 임신성 고혈압이나 전자간증·자간증이 동반되면 위험이 더 올라간다. 일반 뇌졸중은 뇌경색이 80~85%로 흔한 반면, 모성 뇌졸중은 약 60%가 뇌출혈로 나타난다는 점도 다르다.
위험인자도 분명하다.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 등 혈관 위험인자가 늘어 위험이 커지고, 젊은 산모라도 편두통(특히 조짐 편두통), 흡연, 기존 혈관질환이 있으면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임신성 고혈압은 뇌졸중 위험을 3배 이상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주기적 관리가 필수다. 그러나 임신 전 체중과 혈압을 조절하고 금연과 적절한 운동을 실천하면서 안전하고 건강한 출산 진행이 필요하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평소 복용 중인 약물과 기저질환 치료 방침을 진료진과 상의해 임신에 적합한 방식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뇌졸중 증상이 의심되면 뇌영상으로 신속히 확인해 필요시 급성기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많은 산모가 방사선 노출을 걱정해 컴퓨터단층촬영(CT)을 망설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뇌 CT는 복부 차폐 후 시행하면 대체로 큰 문제가 없다. 방사선은 임신 8∼15주가 특히 우려되며 16∼25주에는 감소하고 이후에는 더 낮아진다. 자기공명영상(MRI)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어 흔히 선택하지만, 조영제는 태반을 통과할 수 있어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소음이 동반되더라도 응급 상황에서는 진단이 지연되는 것이 더 위험한다. CT와 MRI 중 무엇이 더 적절한지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급성 뇌경색이 확인되면 일반 환자와 동일한 원칙으로 치료한다. 증상 발생 4.5시간 이내라면 정맥 내 혈전용해제(tPA)를 고려할 수 있고, 큰 뇌혈관이 막혔다면 동맥 내 혈전제거술을 시행한다. 시술에는 조영제 사용과 방사선 노출이 따르지만, 복부 차폐를 충분히 하고 시간을 최소화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치료를 미루면 중증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대부분 “치료 이득이 위험을 상회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진행한다.
임신은 기쁨과 책임이 함께 오는 시간이다. 출산 연령이 높아지며 위험에 대한 걱정도 커졌지만, 임신 전후 위험인자를 꾸준히 관리하고 이상 증상이 나타날 때 즉시 의료기관을 찾는다면 안전한 출산이 가능하다. 소중한 생명을 위한 기간이 더 안전해지려면, “이웃·손·발·시선”(이∼ 하고 웃지 못하고, 한쪽 손발이 떨어지고, 시야 이상이 올 경우)을 기억해야 한다. 뇌졸중 ‘골든타임’은 임신 중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