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연말이면 꼭 만나던 친구들이 있는데 요즘엔 잘 만나지도 않고 안부도 주고받지 않는다. 잘 지내고 있겠거니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막상 연락을 했다가 듣게 될 안 좋은 소식이 있을까 봐 두렵기도 해서다. 서로가 조금은 다 그런 마음이지 싶다.
그러다 한 친구와 연락이 되었다. 최근엔 영상 브이로그를 찍어 올리는 게 큰 즐거움이라고 말해서 친구의 영상 기록을 찾아보았다. 친구는 아침에 일어나면 창을 열고 고양이와 함께 체조를 했다. 제철 과일을 먹고 찐 감자를 한 알 먹고 차를 한잔 마셨다. 그리고 옷을 잘 챙겨 입고 동네로 나가 산책을 했다.
그 친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하루의 끼니를 잘 챙기는 것이다. 동네 어른들이 조금씩 준 나물 반찬이 가장 좋은 반찬이다. 계속 씹으면 단물이 나온다고 말하는 친구 얼굴이 무척 천진하다. 그러고 나서 친구는 뜨개질을 한다. 뭘 뜨는지 모르겠는데 커다란 꽃무늬 이불 같은 뜨개물이 영상을 꽉 채운다.
친구는 원래 도시 사람이었다. 마케팅 쪽 일을 했지만, 어느 날 홀연히 남편과 함께 시골로 이사했다. 무슨 사연이 있어서가 아니라 도시적 삶에서 받게 되는 온갖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때는 정말로 피할 곳이 필요했다고.
영상에서 궁금한 장면이 있었는데, 친구가 집 거실에 앉아 노트에 무언가를 적는 모습이었다. 검버섯이 생긴 손등 아래 친구의 흰 노트가 보였다. 친구는 원래 세상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니 지구촌의 평화를 바라는 내용을 분명 많이 적었을 것이다. 조금은 촌스럽지만, 기교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녀의 영상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친구처럼 나도 새해 다짐을 해본다.
강영숙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