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민간 소각장 계약이 쉽지 않아 경상도에 있는 업체까지 알아보는 자치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서울 B구청 청소담당 팀장)
내년 1월1일부터 수도권에 시행되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부분 지자체는 공공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처리 용량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민간 업체와 계약해 쓰레기를 소각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다. 공공 소각장 증설 및 현대화 계획을 뒤늦게 세우는 곳도 있으나 당장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직매립 금지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소각장이 부족한 서울 자치구는 멀게는 충북 지역의 민간 소각장을 이용해야 해 처리비 증가를 걱정하고 있다. 쓰레기를 받아들이는 비수도권 지자체들 주민들은 격앙된 분위기다.
2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수도권 각 시·군·구는 민간 소각장과 계약을 통한 쓰레기 처리 계획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직매립은 종량제 쓰레기를 바로 땅에 묻는 처리 방식이다. 서울·인천·경기 수도권 3개 시·도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합의에 따라 2021년 직매립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법제화됐고,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당장 이번주부터 수도권 지역 생활폐기물은 소각이나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한 협잡물·잔재물만 매립할 수 있다. 서울에서 인천 수도권매립지에 반입한 생활폐기물은 지난해 기준 21만t. 직매립이 금지되면 이 물량을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서울 자치구들이 민간 소각장을 알아보는 이유는 관내 공공 소각장만으로는 소화가 불가능해서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관외 처리하는 은평·금천·구로구를 제외한 22곳의 생활폐기물 소각은 양천·노원·강남·마포 4개 소각장에서 담당한다. 이들 소각장의 연간 가동률은 지난해 기준 78.6%로, 일평균 처리 용량이 한계에 도달한 데다 자치구가 공동으로 이용 중이어서 전체적인 용량을 늘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서울시는 2023년 마포구 상암동에 광역자원회수시설을 건립하기로 했으나 마포구가 선정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행정소송을 제기해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태다. 법원은 1심에서 마포구의 손을 들어줬고 서울시가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결과는 내년 2월 나온다. 문제는 서울시가 기존 판결을 뒤집고 승소하더라도 준공 예정이 2032년이라 당장의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서울시 측은 “직매립을 대체할 공공 소각용량 확충이 당장은 어려워 민간 처리시설 이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공공 소각장 포화에 민간 의존도 커져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을 직매립할 때 비용은 t당 11만6000원, 공공 소각장 이용 시에는 환경부담금 등 제반비용까지 더해 15만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직매립 금지로 민간 소각장을 이용하게 되면 비교적 높은 처리비에 운송비 부담까지 추가되면서 t당 17만∼20만원 중반대까지 비용이 상승한다는 설명이다. 소각 비용만 최소 10% 넘게 오르는 것이다. 이는 자치구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생활폐기물 처리 비용이 포함돼 있는 종량제봉투 가격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치구 관계자는 “기후부가 ‘유예 기간을 주지 않겠나’라는 생각 때문에 많은 자치구에서 (민간 업체 계약을) 조금 지연을 한 점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쓰레기 처리를 민간 소각장에 의존하는 상황을 서울 자치구들이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부는 지난해 말부터 생활폐기물을 발생한 지역에서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발생지 처리 원칙’을 확립했다. 그러나 소각장 설치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쓰레기 처리를 민간에 위탁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가 소각장을 못 만들기 때문에 시가 대표해서 (마포구 광역소각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기대하고 있던 자치구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겠으나, 시가 (해결을) 안 해줘서 지금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수도권매립지 있던 인천도 ‘발등의 불’
비서울권 사정도 마찬가지다. 인천시는 현재 하루에 190t가량을 직매립 중이다. 약 570t 용량의 관내 민간 소각장에서 처리된다. 인천시 자원순환과 담당자는 “민간은 허가용량의 최대 130%, 일일 739t 처리가 가능하다”며 “여기에 재활용률이 높아진다면 쓰레기 대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초단체들은 ‘발등의 불’이다. 자체 소각장이 있는 인천 옹진군을 제외한 9개 군·구는 저마다 민간 소각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평·계양·서구·동구, 강화군에서 이용 중인 청라소각장은 하루에 태울 수 있는 양이 420t에 불과하다. 이들 5개 구·군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량은 이를 상회한다. 시설 노후화로 태울 수 있는 효율성마저 떨어진다.
결국 인천 기초단체 5곳은 내년부터 쓰레기 처리를 민간에 맡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서구는 최근 2만2700t 규모의 ‘2026년 생활폐기물 민간 소각처리 대행 용역’을 공고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자발적인 폐기물 감량에 동참할 것을 알리는 한편 민간위탁 계약 절차를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나름 사정이 괜찮다. 31개 시·군 가운데 16곳이 자체 소각시설을 마련한 상태다. 나머지 15곳은 입찰 공고를 하고 자체 적환장 마련 등에 나서고 있다. 현재 경기도 18개 시·군은 수도권매립지를 통해 직매립 중이다. 도는 이들 시·군이 생활폐기물 민간위탁 예산을 확보하고, 발주를 완료함에 따라 폐기물 배출과 처리에 불편이 없도록 조처했다고 밝혔다. 도는 시·군과 협력해 2030년까지 공공 소각시설 21개를 증설하거나 개·보수해 ‘직매립 제로화’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공공 소각시설 확충, 폐기물 감량과 재사용 정책 지원 등을 세심하게 준비해 지속 가능한 자원순환 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소각장 중심 대책 아닌 전처리 늘려야”
수도권 폐기물이 충청권까지 넘어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충청지역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달 초 서울시청에서 “충북은 이미 폐기물 처리 포화상태”라며 더 이상의 폐기물 반입을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수도권의 무책임한 행정 실패를 왜 지역 주민들이 감당해야 하는가”라며 “생활폐기물의 지역 반입 시도를 중단하고 수도권 내에서 처리하라”고 주장했다.
‘쓰레기 대란’ 우려가 커지자 기후부는 이달 초 예외적으로 직매립을 허용하는 세부 사항을 발표했다. 재난으로 발생한 폐기물이나 폐기물 처리시설 가동이 중단될 경우 산간·오지·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등은 예외적으로 직매립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예외적 허용 기준이 직매립 금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기후부 관계자는 “재난·시설중단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폐기물 처리 지연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예외적 매립허용 기준 조항은 그러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 작성한 것으로, 예외로 적용하려면 매번 4자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해명했다.
수도권 각 지자체가 소각장 확보를 통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많다. 전문가들은 재활용 등 전처리 공정 확대 등 소각처리를 줄이는 방향의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소각장 중심으로만 접근하면 건설이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뿐 아니라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정책 방향과도 충돌할 수 있다”며 “일반쓰레기 중 재활용 가능 품목을 최대한 선별해 빼낼 수 있는지 고민하고, 폐기물 감량과 분리 배출 확대 등의 대책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