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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열흘 만에 13.5兆 계약 물거품… ‘전기차 캐즘’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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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업계 비상

美 전기차 보조금 폐지 악재
포드 5년치 계약 9.6兆 이어
獨 FBPS도 3.9兆 물량 해지

“투자 손실·추가비용 발생 없어”
ESS 투자 등 돌파구 마련에도
기업 전기차 시장 축소 불가피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세계 전기차 시장의 수요 정체 등 영향 탓에 LG에너지솔루션이 열흘 만에 13조5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해지했다.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구매 시 세액 공제 혜택이 폐지돼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관련 전략을 수정하는 가운데, 그 여파가 배터리 업계에도 미치는 형국이다.

지난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독일 프로이덴베르크 배터리파워시스템(FBPS)과 체결한 미국향 전기차(미국으로 수출·판매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 중 공급 완료한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 3조9217억원 상당의 물량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해 4월 양사가 맺은 27억9500만달러(약 4조400억원) 중 이미 이행된 물량(1억1000만달러)을 제외한 잔여분으로 해지 사유는 계약 상대방의 배터리 사업 철수다. FBPS는 북미 주요 상용차 업체에 배터리 팩 판매를 위해 미국 미시간주 미들랜드에 배터리팩 조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미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바꾸자 미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전용 설비 투자나 맞춤형 연구개발(R&D) 비용이 투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 해지에 따른 투자 손실이나 추가 비용 발생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체결했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장기 공급계약이 거래 상대방의 해지 통보로 종료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0월 양사는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간 75GWh(기가와트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34GWh 규모의 배터리 장기공급 계약을 맺었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전량 생산된 제품을 유럽용 전기차에 공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포드 측의 전기차 생산 전략 수정에 따라 2027~2032년 계약 물량(약 9조6030억원)이 없던 일로 됐다. 포드는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 등을 이유로 일부 전기차 모델 생산을 취소하고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차량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의 정책 환경과 전기차 수요 전망 변화로 거래 고객사(포드)의 일부 전기차 모델 생산 중단 결정과 이에 따른 계약 해지 통보에 따른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3조5000억원에 달하는 예정 매출이 순식간에 사라져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매출 25조6200억원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혼다와 미국 합작법인을 통해 공동 소유한 미국 배터리공장 건물을 혼다 미국법인에 매각하는 등 자본 운용 효율화에 나섰다. 매각 대상인 오하이오주 배터리공장 건물의 자산가치는 지난달 말 기준 4조2212억원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투자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미국 미시간 공장을 ESS용으로 전환해 계획보다 1년 앞선 6월부터 조기 양산하고, 폴란드를 비롯해 캐나다 합작공장 라인도 ESS용으로 변경해 리튬인산철(LFP)배터리 양산을 개시하는 등 적극적인 생산능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한동안 배터리 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최근 ‘전기차 시장의 현실이 다가올 시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초기의 낙관적 기대를 버리고 현실적인 수요와 수익성에 맞춘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체는 10%를 넘겼던 미국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점유율도 곧 한 자릿수 중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포드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 폴크스바겐도 잇따라 전기차 투자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어 전기차 시장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