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10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구체적인 해석지침을 26일 공개했다. 사용자 확대(노조법 제2조제2호)와 노동쟁의 대상 확대(노조법 제2조제5호)에 관해 판단 원칙과 판단 시 고려 요소를 명확히 한 것이다.
해석지침의 핵심은 원청이 하청의 인력운용과 근로시간, 작업방식 등 업무 전반을 구조적으로 통제할 경우 사용자로 인정된다는 점이다. 다만 통상적 도급계약에서 이뤄지는 지시는 구조적 통제로 보지 않기로 했다. 노동쟁의 범위에서는 경영전략 차원의 결정 그 자체는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경영상 결정이 근로조건에 미치면 교섭이나 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자신들에게 더 불리하게 지침이 마련됐다고 주장한다. 논쟁적 사례와 이에 대한 고용노동부 입장을 28일 문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
―구조적 통제와 통상적인 도급계약에서 나타나는 지시·조정은 어떻게 구분되나.
“구조적 통제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시간, 작업일정, 작업환경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사실상 결정하거나 하청 사측이 결정하는 걸 제한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시·조정은 적법한 계약상 관리범위 내의 행위다. △납기 및 품질 요구 △거래 조건 협상·변경 △발주서 등에 따른 작업이행 요구 등이 속한다. 노동부의 지침은 구조적 통제와 도급계약에서 나타나는 지시·조정이 구별돼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경영계는 하청업체가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아 도급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통상적인 상거래 행위인데, 자칫 이것이 원청의 ‘지배력 행사’나 ‘구조적 통제’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도급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만으로 도급계약 당사자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당사자가 되는 것이 아니며, 합법적 도급계약까지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예컨대 원청이 노동안전 분야에서만 지배·관리할 경우 임금이나 근로시간의 책임은 별도인가.
“그렇다. 지침은 사용자성 판단기준을 ‘근로조건별 구조적 통제’로 명확히 했다. 그 범위에 한해 사용자로 보고 교섭의무가 인정된다. ‘그 범위에 한해’라는 의미는 사용자 책임이 포괄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뜻과 같다. 예컨대 원청이 노동안전 분야에서만 지배·관리한다면 그 문제에 대해서만 교섭의무가 발생하고, 임금이나 근로시간까지 자동으로 사용자 책임이 확대되지는 않는다.”
―공장 해외이전 결정이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있나.
“경영 전략상 결정 그 자체만으로는 노동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기업투자, 사업 통폐합, 양도, 매각 등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결정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근로조건의 실질적, 구체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정리해고, 구조조정이 이루어진다면 이때는 노동조합이 고용보장 요구 등에 관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회사가 해외에 신규 공장을 지어 생산설비를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면, 이 단계에서는 이전 결정 자체가 노조와 교섭 대상이 아니다. 회사가 생산설비 이전으로 정리해고에 돌입한다고 하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
노동부는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요건이 사업 경영상 결정에 따라 정리해고 등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라고 강조한다. △사업 경영상의 결정과 동시에 배치전환 등이 동시에 발표되거나 △정리해고 등의 시기·방식이 검토 중이거나 결정되었음이 대외적으로 확인되거나 △기업의 경영 사정이나 객관적인 상황에 비추어 사업장 폐지 등으로 타 지역 배치전환 등이 불가피한 경우 등이 해당한다.”
―해당 사례에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왜 반발하나.
“노동계는 사용자의 경영상 결정이 정리해고로 이어질지는 노동조합이 사전에 알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반발한다. 경영계는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라는 불분명한 개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모호한 개념으로 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기준이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공공부문은 기획재정부가 사용자인가.
“공공기관 경우 정부의 사용자성이 사실상 인정되기 어렵다. 법령·조례나 국회의 예산 의결로 정한 기준을 정부가 집행하는 경우, 이는 공공정책의 결과에 해당해 개별 노사 간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관련해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는 기재부가 공공기관의 직급·인원 구조까지 세세하게 관리하며 통제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노총은 “현실을 외면한 채 ‘재량’을 이유로 정부의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것은 모순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