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두 차례에 걸친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를 주도한 낸시 펠로시(85) 전 하원의장이 트럼프에 대한 세 번째 탄핵소추 가능성을 거론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주(州)에서 하원의원 20선을 기록한 펠로시는 고령을 이유로 오는 2027년 1월 정계 은퇴를 예고한 상태다.
28일(현지시간) ABC 방송에 따르면 펠로시는 이날 ABC와의 인터뷰에서 하원의 트럼프 탄핵 추진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약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겨 하원 다수당이 되면 트럼프 탄핵소추가 가능해진다. 다만 미국 헌법상 탄핵소추를 당한 대통령의 파면에는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펠로시는 2026년 11월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하원 다수당이 됨으로써 탄핵소추의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세 번째 탄핵 추진은 트럼프의 향후 행보에 달려 있다”며 “트럼프에 대한 탄핵의 책임자는 트럼프 본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핵은 누군가가 하자고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그(트럼프)가 헌법을 어떻게 위반하는지에 달린 문제”라고 덧붙였다.
당장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취해진 여러 조치들이 연방법원에서 위헌 취지 판결을 받고 있는데, 이런 케이스들이 쌓이고 쌓이면 탄핵의 사유가 될 것이란 의미다.
펠로시는 2007∼2011년 그리고 2019∼2023년 두 차례에 걸쳐 하원의장을 지냈다. 이 가운데 두 번째 임기 일부가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1)와 겹친다. 당시 민주당이 다수당이던 하원은 트럼프 탄핵안을 두 차례 통과시켰다.
첫번째 탄핵 시도는 2019년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 비롯했다. 이는 트럼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검찰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부패 혐의를 규명한다면 그 대가로 군사 원조를 제공할 것”이라고 부당한 제안을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트럼프는 정적인 바이든의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55)이 우크라이나 천연가스 회사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2016년 우크라이나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던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압력을 가해 이를 막은 것으로 의심했다.
하원의 탄핵소추 후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한 상원은 의원 50여명의 반대로 이를 부결했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이 총 100석의 상원에서 과반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만큼 예상된 결과였다.
두 번째 탄핵 시도는 2021년 ‘1·6 사태’에서 비롯했다. 이는 트럼프가 2020년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바이든에게 패한 뒤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이듬해인 2021년 1월 6일 지지자들을 선동해 연방의회 의사당을 습격하도록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2019년 탄핵소추 때와 달리 이번에는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 일부도 “트럼프의 헌법 위반이 명백하다”며 동조했으나, 문제는 트럼프 임기 만료일(2021년 1월 20일)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이었다.
하원의 탄핵소추 후 탄핵심판 절차에 돌입한 상원은 이미 트럼프가 물러나고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에야 표결을 실시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7명이 탄핵에 동의해 파면 의견이 과반에 이르렀으나, 의원 100명 중 3분의 2(67명) 이상의 찬성을 요구한 엄격한 정족수 규정에 따라 부결됐다.
이날 ABC 인터뷰에서 펠로시는 현재 여당이자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을 겨냥해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는 대로만 움직인다”며 “의회를 무력화했다”고 맹비난했다. 펠로시는 “이런 상황(하원의 무력화)은 우리(민주당)가 의사봉을 되찾는 순간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