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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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사회적 책임 빵점”… 산재·탈세·불공정거래 조사 전면전

입력 : 2025-12-30 18:20:00
수정 : 2025-12-30 22: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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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석 청문회… 당정 전방위 압박

5만원 보상책 “판촉행사냐” 질타
“쿠팡 알럭스 이용권, 양말도 못 사”
“내용 윤색… 통역기 써라” 지적에
로저스 “개인통역 쓰겠다” 신경전

여야, 국조 본격화… 요구서 제출
상설특검 ‘퇴직금 주임검사’ 조사

30일 국회에서 개인 정보 유출 사태에 휩싸인 쿠팡을 대상으로 6개 상임위원회가 참석한 ‘연석 청문회’가 열렸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비롯한 핵심 증인의 반복된 불출석과 미흡한 보상안이 더해지며 정부·여당은 산업재해와 탈세, 불공정 거래 등 전방위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도로 열린 연석 청문회에서는 과방위와 정무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범여권 의원 18명이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와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등을 상대로 개인정보 유출 사태 및 쿠팡의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등을 집중 질의했다. 청문회 대신 국정조사가 시급하다고 주장한 국민의힘은 이번 연석 청문회에는 불참했다.

김범석 대신 불려나온 전·현 대표 박대준 전 쿠팡 대표이사(왼쪽)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앞줄 오른쪽)는 통역사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연합뉴스

청문회에선 쿠팡이 발표한 ‘5만원’ 보상책을 두고 “판촉행사냐”는 난타전이 벌어졌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 이용자를 대상으로 다음달 15일부터 도합 5만원 규모의 쿠팡·쿠팡이츠·트래블·알럭스 구매이용권을 지급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5만원 구매이용권 중 가장 많이 쓰는 쿠팡과 쿠팡이츠는 5000원씩에 불과하고 이름도 생소한 알럭스와 트래블 이용권이 2만원”이라며 “알럭스는 어제 오후 기준 최저가 상품이 3만원이 넘는다. 양말 한 짝도 못 사는 보상책”이라고 꼬집었다. 로저스 대표는 ‘더 나은 보상안을 제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저희 보상안은 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전례가 없는 보상안”이라며 추가 보상책 논의에 사실상 선을 그었다.

 

정부 측 참석자들도 쿠팡을 질타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에서 상당히 큰 기업인데 사회적 책임에 있어서는 정말 빵점인 것 같다”며 “공정위도 현재 처리하고 있는 사건(에서), 그리고 앞으로도 기업 사회적 책임에 대해 철저하게 모니터링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을 하다 사고로 숨진 택배노동자 고(故) 오승용씨에 대해 “산업재해에 해당함이 상당하다 보인다”며 “빠른 시일 내 처리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오씨는 지난달 10일 오전 2시10분쯤 제주시 오라2동 한 도로에서 1t 트럭을 몰다 전신주를 들이받아 중상을 입은 뒤 사망했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에서 지난 11월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택배기사 오승용 씨의 누나 오혜리 씨에게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쿠팡이 발표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자체조사 결과를 두고 ‘셀프조사’ 논란이 인 가운데 로저스 대표가 국가정보원의 지시로 자체 조사를 벌였다고 주장하면서 청문회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로저스 대표는 질의 과정에서 “자체 조사가 아닌 (한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조사했다”며 “피의자와 연락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그 기관(국정원)에서 피의자와 연락하길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명백한 허위”라며 국회에 로저스 대표를 위증 혐의로 고발해달라고 요청했다. 국정원은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럴 위치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오히려 쿠팡의 (정보) 유출자 접촉 관련 문의에 ‘최종 판단은 쿠팡이 하는 게 맞다’고 수차례 강조했다”고도 했다.

 

쿠팡의 ‘책임 회피’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여야는 국정조사를 본격 추진한다. 민주당은 이날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의힘도 이번 국정조사에는 동참하겠다는 계획이다. 국정조사를 실시하면 국회 의결을 통해 김 위원장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가 가능하다.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수사하는 상설특별검사팀(특검 안권섭)은 이날 주임검사였던 신가현 부천지청 검사를 전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신 검사가 인천지검 부천지청 근무 당시 지휘라인이었던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와 김동희 부산고검 검사로부터 압박을 받아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는지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