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1994년 드라마 ‘서울의 달’은 달동네를 배경으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내 인기를 끌었다. 가난한 시골 젊은이 둘이 ‘서울드림’을 안고 무작정 상경할 당시만 해도 서울은 희망과 약속의 땅이었다. 1960년 245만명에 불과했던 서울 인구는 학교와 일거리 등을 좇는 이촌향도(離村向都) 붐을 타고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첫 1000만명(1014만7107명) 시대를 열었다. 4년 뒤인 1992년에는 1093만523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서울 인구는 28년 만인 2016년 1000만명선(내국인 기준)이 무너졌다. 지난 11월 기준 인구는 930만명이며, 가구 수도 450만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급격한 탈서울 행렬 때문이다. 2015∼2021년 6년 사이 서울 시민 341만4397명이 타 지역으로 이주했다. 추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1~10월) 서울 전출 인구는 총 107만5969명으로 집계됐다. 월별 평균 10만7597명이 떠난 것을 생각하면 2025년의 탈서울 인구는 14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 집값이 장기간 상승하자 주거 부담이 커진 수요자들이 경기 지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입 사유를 살펴보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2024년 전입사유별 이동자 수를 보면 ‘주택’을 이유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떠난 인구가 전체의 약 33.02%에 달했다. ‘미친 집값’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2일까지 2025년 서울 집값 상승률은 8.48%다.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기도와 서울 집값 격차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 11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590만원이었는데, 경기도 아파트 가격은 5억5030만원이었다. 가격 차가 7억2560만원으로 통계 집계 이래 최대다. 오죽했으면 야당인 국민의힘이 초유의 삼중규제를 담은 ‘10·15 대책’으로 전·월세 급등, 거래절벽에도 집값 상승이 이어지자 재산권과 거주 이전 자유를 침해했다며 행정처분 취소소송까지 제기했겠는가. 이래저래 서울은 점점 서민들이 발붙이기 힘든 도시가 돼 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