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사설] 안하무인 쿠팡, 특별수사·국조는 이럴 때 필요한 것

입력 : 2025-12-31 21:59:54
수정 : 2025-12-31 21:59:53
폰트 크게 폰트 작게
대표, 국회서 ‘사오정 답변’하다 발끈
韓 협의 없이 ‘면죄부 조사’ 美 공시도
총체적 난맥상 반드시 진상 규명해야
여전히 불손한 태도 국회가 31일 이틀째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연석 청문회’를 이어가는 가운데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참석해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이 대한민국 국민과 국회, 정부를 상대로 보여주는 오만방자한 행태가 도를 넘어 공분(公憤)을 사고 있다. 고객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일방적 셀프조사 결과 발표, 실효성 없는 꼼수 보상안으로 국민적 분노만 키우더니 그제부터 이틀간 진행된 국회 6개 상임위원회 연석 청문회에서는 국민 대표기관을 우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도대체 쿠팡 측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문회에서 ‘사오정 답변’을 되풀이한 미국인 임시대표는 의원 압박이 거세지면 목소리를 높여 발끈하거나 흥분해 책상을 손으로 치며 “그만하자”는 등 고압적인 장면도 연출했다. 청문회 참석을 회피한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김유석 부사장 형제의 심중만 의식하고 국회는 무시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김범석이 신인가”라는 의원 질의가 수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시대표는 논란의 셀프조사와 관련, 국가정보원 지시로 개인정보 유출 용의자와 연락했다는 주장을 했다가 사실무근이라는 국정원으로부터 위증 고발을 요청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쿠팡의 행태를 보면 미국은 무섭지만 한국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 쿠팡은 우리 정부가 ‘악의적 발표’라고 규정한 셀프조사 결과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며 “(개인정보 유출) 고객 계정 3300만건에 대한 접근이 있었으나 범인은 약 3000건의 제한된 데이터만을 저장했다”는 등 미국에서의 파장 축소에 급급하고 있다. 고압적 태도로 일관하다가도 “한·미 국세청이 공조해야 한다”는 의원 발언엔 아연실색하는 임시대표 모습은 한국을 대하는 쿠팡의 저급하고 이중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것 같아 괘씸하기까지 하다.

이번 사태는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공정거래, 노동환경 등 그동안 제기돼 온 쿠팡의 총체적 난맥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정치권, 공직사회와 연루된 의혹이 봇물이다. 정치인과의 유착, 영입 공직자의 ‘대관(對官)’ 전방위 투입, 검찰의 퇴직금 미지급 사건 무혐의 외압, 노동자 사망에 대한 축소·은폐 등 각종 의혹을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상설특검이나 경찰의 수사, 고용노동부·국세청 조사 등 부처별 단편적 대응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쿠팡 사태야말로 관련 부처·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특별수사본부 설치와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이 필요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