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병기 의원(서울 동작갑)이 2일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을 당했다. 민주당의 지방의회 의원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정황이 폭로된 직후 원내대표에서 물러나고 사흘 만에 경찰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된 셈이다. 하루 전인 1일에는 공천 헌금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민주당 강선우 의원(서울 강서갑)이 제명 처분됐으니 이쯤 되면 여당의 도덕성이 나락에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의원과 강 의원은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놓고봐도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2022년 지방선거 후보 공천 와중에 이뤄진 전화 통화에서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이던 강 의원은 공관위 총괄 간사인 김 의원에게 김경 서울시의원(강서구 제1선거구)에게서 1억원을 받은 사실을 털어놓으며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읍소했다. 김 시의원에게 협박을 당하지 않고서야 그런 발언이 가능한가. 김 의원은 “돈에 대한 얘기를 들은 이상은 제가 도와드려서도 안 된다. 김 시의원의 (공천) ‘컷오프’는 철회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김 시의원은 단수 공천을 받았다. 당초 ‘1가구 1주택자’ 공천 조건에 걸려 컷 오프 대상에 오른 김 시의원을 누군가 구제해줬는데 ‘1억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강 의원은 “1억원을 돌려줬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설령 반환을 했더라도 공천 헌금 수수 혐의는 피할 수 없다. 김 시의원은 공천 대가 금품 제공 사실조차 부인한다. 명확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제대로 된 공당이라면 김 시의원은 공천에서 탈락시킨 뒤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강 의원에겐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렸어야 옳다. 공천 부정을 눈치채고도 눈감은 김 의원에게도 무거운 책임을 물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아무런 조치도 없이 4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누군가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에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서 주춤댄다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바란다.
다시 불거진 김 의원의 공천 헌금 수수 의혹도 이번 기회에 진위 여부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경찰이 접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 동작구의원 2명에게서 각 2000만원과 1000만원씩 총 3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당에서 벌어지는 불미스러운 일을 지휘·감독하는 저의 부족함도 분명히 있을 것”이란 말로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만시지탄이다.
6월 지방선거까지 5개월 남았다.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을 하려면 지역구 국회의원의 낙점을 받아야 한다는 항간의 얘기가 낭설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이번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민주당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의 정당 공천제는 기초 단위 선거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키고 지방의회 의원을 정당의 하수인으로 만든다는 폐단과 함께 밀실 공천 과정에서 비리가 자행될 수 있다는 이유로 오래 전부터 폐지 주장이 높았다. 정작 거대 양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양새다. 공천 비리를 원천 차단하려면 후보 공천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 주체인 지방의회를 정상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