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늘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한국 대통령의 방중은 2019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6년 만이고 시 주석과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경주회담 이후 두 달 만이다. 양 정상이 첫 만남에서 한·중 관계를 전면 복원하기로 한 만큼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의 재정립을 위한 첫발이다.
미·중 패권경쟁의 틈바구니에 끼인 우리 외교·안보 입지는 좁은 게 현실이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는 일본의 존립위기 사태” 발언 이후 중·일 관계도 험악해지고 있다. 얼마 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중 외교부 장관 통화에서 “한국 측이 올바른 입장을 취할 것이라 믿는다”며 “대만 문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자기편을 들라는 노골적인 압박이다. ‘하나의 중국’ 존중은 한·중 수교 당시부터 우리가 견지해온 원칙으로 그 이상의 진전된 입장은 국익을 훼손한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한때 북핵 6자회담을 이끌었던 중국의 외교 문서에서 북한 비핵화 문구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한 달 전 발행된 중국 군비통제백서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표현이 빠졌다. 북·중 밀착 흐름과 무관치 않다. 북한이 이 대통령의 방중 날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중국에 보내는 모종의 메시지로 읽힌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요청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의 핵 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 “한국 처지가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반발했는데, 대북 억지용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과 서해 구조물 현안은 주권 차원에서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이번 방중에는 4대 그룹 총수와 200명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하는 만큼 경제협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중 의존도가 줄었다지만 수출 비중은 여전히 1위이고 핵심광물의 90%를 중국에 기댄다. 미래산업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희토류, 리튬 등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드 사태 이후 이어져 온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도 이번 기회에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길 기대한다. 이재명정부가 내세운 ‘실용외교’는 모호한 줄타기가 아니라 냉철한 현실인식 아래 실사구시의 자세로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실용외교의 진가를 보여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