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이 생각하는 ‘좋은 죽음’의 핵심 요소는 통증을 최소화하고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 지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도 있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가족들이 경제적·심리적인 부담을 가급적 느끼지 않게 하고 싶은 요인이 ‘좋은 죽음’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오종민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연구원 등은 보사연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최근 게재한 ‘웰다잉에 대한 태도 예측 모델링 연구’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죽음에 대한 인식과 서비스 필요성을 파악하기 위해 만 19세 이상 국민 1021명을 대상으로 2024년 4월 23일∼5월 7일 진행한 온라인(모바일) 설문조사를 분석했다.
‘본인의 죽음이나 생애 말기의 상황, 그때의 치료 계획을 상상해본 적이 있으십니까’라는 문항에 전체 응답자의 78.6%는 가끔(64.3%) 또는 자주(14.2%)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여성(85.2%)이 남성(71.7%)보다, 기혼(79.7%)이 미혼(74.4%)보다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는 비율이 높았다.
다만, 죽음이나 생애 말기 상황에 대해 부모, 자녀, 배우자, 형제·자매 등 가족에게 이야기해 본 적이 있다는 이들은 절반 이하인 45.7%에 불과했다.
‘좋은 죽음’을 위해 필요한 요소로는 ‘신체적인 통증을 가급적 느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매우 중요 또는 중요한 편)는 응답이 97.0%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가족이 간병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을 많이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96.2%)과 ‘가족이 나의 병수발을 오랫동안 하지 않는 것’(95.3%)이 뒤를 이었다.
다만, ‘매우 중요’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가족의 경제적 부담(65.3%)과 병수발(65.0%)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중요성이 가장 낮게 평가된 항목은 '임종 시 가까운 가족과 친구가 곁에 있어 주는 것'(매우 중요 29.8%·중요한 편 53.0%)이었다.
응답자의 81.1%는 말기 또는 임종기 환자가 됐을 때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여성(84.4%)이 남성(77.6%)보다, 월 가구 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그룹(88.3%)이 500만원 미만인 그룹(소득 구간별로 75.9∼79.9%)보다 서비스 이용 의향이 컸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이용 의향이 없는 이유(복수응답)로는 ‘비용이 크게들 것 같아서’라는 응답률이 49.7%로 가장 높았고, ‘죽음을 기다리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에’라는 응답이 43.5%로 뒤를 이었다.
그런가 하면 전체 응답자의 91.9%는 말기 및 임종기 환자가 되었을 때 연명의료결정 제도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의 경우 94.7%가 연명의료 중단 의향이 있다고 답한 반면, 65세 미만에서는 89.0%만이 그렇다고 답해 나이가 많을수록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의지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없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조사한 결과(복수응답) ‘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워도 아무런 조치를 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를 꼽은 이들이 53.0%로 가장 많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라는 응답이 49.4%로 뒤를 이었다.
연명의료 중단 의향이 있는 이유(복수응답)로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삶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가 68.3%, ‘가족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아서’가 56.9%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연구진은 “생애 말기 겪을 수 있는 신체적 통증에 대한 걱정, 가족들이 경제적·심리적인 부담을 가급적 느끼지 않게 하고 싶은 요인이 ‘좋은 죽음’과 연관성이 높다”며 “호스피스 이용에 드는 비용 등 효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홍보하고,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과정에서 통증 조절이 가능한지 등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