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협력업체에서 근무한 40대 김모씨는 중국의 한 기업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핵심 부품 공정자료를 유출하려다 지난해 5월 인천공항에서 긴급체포됐다. 그는 지난해 초 퇴사하면서 해당 자료를 빼돌렸고, 이를 중국에 전달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HBM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위해 필요한 핵심부품으로 SK하이닉스의 주력 상품이다. 경찰은 김씨를 송치하고 공범 3명도 추가 검거했다.
19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술유출 건수는 179건으로 전년 대비 45.5% 증가했다. 이 중에는 반도체, 이차전지 등 국가핵심기술 8건도 포함됐다. 검거 인원도 378명(구속 6명)으로 전년 대비 41.5% 늘었다. 경찰은 국수본 출범 이후 가장 많은 검거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기술유출은 지난해 33건으로 2021년 9건과 비교해 4년 새 3배 넘게 증가했다. 해외 기술유출은 한국이 선도하는 분야에서 주로 발생했는데 반도체가 전체의 15.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디스플레이 12.1%, 이차전지 9.1%, 조선 6.0% 순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전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 자료를 개인 노트북에 저장해 유출한 뒤 인도 경쟁업체로 이직했다가 지난해 10월 검거됐다. 그는 차세대 이차전지 제조 공법과 공정 등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A업체 전 대표는 ‘메탄올 연료전지’ 제조 도면을 해외 투자자에게 전송하고, 연료전지 견본을 절취한 뒤 해외로 빼돌리다가 지난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같은 해 9월 그와 공범 2명을 구속 송치했다.
해외 기술유출 절반(54.5%)은 중국으로 향한 것으로 집계됐다. 베트남(12.1%)이 그 뒤를 이었고 인도네시아(9.1%), 미국(9.1%) 순이었다. 유출 주체는 피해기업의 임직원 등 내부자가 82.7%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대기업(13.4%)보다 중소기업(86.6%) 비중이 컸다. 경찰은 이들의 지난해 범죄수익 중 23억4000만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했다고 덧붙였다.
쿠팡 외국인 직원의 국내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이 최근 불거지면서 외국인 연구 인력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실이 정부로부터 받은 ‘E-3(연구) 비자 외국인 체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외국인 연구 인력 수는 342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엔 인도인이 전체 35.0%를 차지했고 중국인 11.2%, 베트남인 8.8%, 파키스탄인 6.6% 순이었다. 특히 중국인 연구 인력이 2020년 291명에서 지난해 384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법무부는 비자 관리를 위해 이들의 근무지를 파악하고 있지만 기술 유출을 관리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는 이를 공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기술 유출 방지책이 사실상 부실한 상황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외국인 연구인력의 연구분야, 근무지 등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