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린 딸들이 갇히자 40대 어머니가 몸을 던져 구조했다. 현관 대신 베란다를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갔던 구체적인 상황이 전해지며 재조명 받고 있다.
22일 전남 광양시 등에 따르면 40대 여성 A씨는 지난 19일 오후 5시쯤 네 자녀와 함께 외출했다가 광양시 금호동에 위치한 집으로 귀가했다. A씨는 아파트 현관 앞에 잠시 차량을 세운 뒤 7개월 된 막내를 제외한 세 자녀를 먼저 집으로 들여보냈다. 인근 주차 공간이 없어 차량을 다시 이동해야 했는데, 어린 자녀들을 한꺼번에 데리고 움직이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7살 첫째가 다른 두 동생을 챙겨 집으로 가는 모습을 확인한 A씨는 주차를 마친 뒤 막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현관문 틈새로 연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고, 현관 잠금장치는 작동하지 않아 문을 열 수 없는 상태였다.
A씨는 즉시 옆집을 찾아 막내를 맡기고 119 신고를 요청한 뒤 위층으로 달려 올라갔다. 그는 위층 이웃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창가로 다가가 아래층 집 안을 살폈고,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높이 약 13m의 6층 베란다에서 외벽을 타고 난간과 에어컨 실외기에 몸을 의지한 채 5층으로 내려갔다. 발판이 마땅치 않아 자칫 추락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에어컨 배관 등을 붙잡고 가까스로 내려섰다.
베란다에 도착한 A씨는 거실로 번진 화염과 짙은 연기 탓에 안방까지 접근하지는 못했다. 대신 큰 소리로 자녀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불이 확산되기 전 첫째가 동생들을 데리고 안방으로 대피한 상태였다. 모두 무사하다는 답을 들은 뒤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문을 꼭 닫고 기다리라”고 당부했다.
신고 접수 약 5분 만에 도착한 소방대는 사다리차를 이용해 A씨와 자녀 3명을 무사히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불은 소방대원들에 의해 진화됐다. 병원 검사 결과 특별히 건강상 문제는 확인되지 않아 모두 퇴원한 상태다.
화재는 거실에 있던 전기난로가 넘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닥에 깔린 층간소음 방지 매트로 인해 불길이 빠르게 번졌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광양시는 A씨 가족에게 주택 화재 피해자 지원금 300만원을 지급하고, 필요할 경우 임시 거처도 제공할 방침이다.
광양시 관계자는 “여러 차례 아찔한 순간이 있었지만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며 “시 차원에서 가능한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