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망 건설에 어려움을 겪어온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망은 무난하게 확충될 수 있을까요.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논란을 일축하면서 궁금증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당사자인 용인시는 지난해 2월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거론하면서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량은 모두 15GW인데 이를 태양광으로 충당하려면 (전북) 새만금의 2.9배에 달하는 면적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새만금 면적 291㎢와 태양광 설비 이용률 15.4%를 고려한 계산 결과를 내놓으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새만금 이전론을 일축했습니다.
◆ 용인·이천 지방도로 밑에 27㎞ 전력망 구축…전력난 일부 해소?
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 정부가 (호남으로) 옮기겠다고 한다고 옮겨지겠는가. 그렇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정부 정책으로 결정한 것을 제가 뒤집을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업의 투자 결정은 정치권이 부탁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돈이 되면 부모가 말려도 (투자를) 하고, 돈이 안 되면 아들·딸이 부탁해도 안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민간투자가 수도권에 몰리는 현상에 대해선 문제의식을 내비쳤습니다. “(기업 투자를 두고 정부가) 설득이나 유도는 할 수 있다”며 “기업 입지도 마찬가지다. 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하는데 정부가 가진 수단은 많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시장과 정부는 그런 관계”라고 발언했습니다. 전력·용수 문제를 거론하는 과정에선 아예 “장기적으로 (수도권이 아닌 지방으로 가는 것이) 낫다, 이렇게 설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죠.
이 발언을 두고 반응은 엇갈립니다. 경기도에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불가론’이 더 선명해졌다고 말합니다. 반면 이상일 용인시장은 유감을 표했습니다.
이 시장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혼란과 혼선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압박을 가해 다른 곳으로 옮기게끔 유도할 수도 있다는 것인지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사자들이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죠.
현재 용인지역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각각 조성 중입니다. 이동·남사읍 일원에 조성될 777만3656㎡ (약 235만평) 규모의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는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공장(Fab·팹) 6기를 건설합니다. 2023년 조성 계획 발표 뒤 보상을 거쳐 올 하반기에 착공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원삼면 일원 415만6135㎡(약 126만평)에는 SK하이닉스가 122조원을 투입해 4기의 팹을 짓는 반도체 일반산단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착공해 1기 팹의 뼈대가 올라간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송전 전력망 건설의 일부 대안이 제시돼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신규 지방도로 건설 과정에서 도로 밑에 새롭게 전력망을 구축해 중복공사비를 덜고, 수도권 전력난에 숨통을 틔우는 것입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2일 도청에서 김동철 한국전력공사(한전) 사장과 이 같은 내용의 ‘도로·전력망 공동건설 협력체계 구축 협약’을 교환했습니다.
계획안에 따르면 양측은 지방도 318호선 이천 대죽교차로(설성면 수산리)∼용인 기상삼거리(처인구 원삼면 두창리)까지 27.02㎞ 구간의 도로 건설 구간에 지중 송전전력망을 공동 설치합니다. 용인 기상삼거리는 SK하이닉스 반도체 일반산단과 인접해 있죠.
도는 지방도 318호선의 2차로를 4차로로 확장하고 포장비를 부담합니다. 한전은 도로 밑 부분에 전력망 시설을 구축합니다. 이 사업은 타당성 조사를 거쳐 내년 착공해 2032년까지 5년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 서해안과 동해안·수도권 HVDC ‘두 축’…송전선로 外 발전소 문제
이번 3GW 규모의 지중 송전망 구축으로 일반산단은 6GW의 필요 전력 대부분을 충족하게 된다고 경기도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국가산단의 경우 지금까지 9GW 중 6GW가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 관계자는 “이 방식은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첨단반도체 국가산단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규 도로 건설과 전력망 설치를 동시 추진하는 국내 첫 모델이라고 합니다. 김 지사도 “오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망을 구축하는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고 말했습니다.
이 방식은 송전탑 공사에 따른 주민 반발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교통 혼잡, 소음·분진 등의 문제도 줄일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전력난 때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한 가운데 이를 일부 해소할 전망입니다.
한전은 강릉 안인화력발전소 등에서 생산된 전력을 신평창~신원주 송전선로(평창∼횡성∼영월∼제천∼원주) 등을 거쳐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쪽에서 넘어온 전기가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관문인 경기 하남시에서 주민과 마찰을 빚었습니다. 동서울변전소 증설 공사를 두고 하남시가 행정심판을 오가며 공사가 지연됐고, 개통 목표 역시 올해 이후로 밀리며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앞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지난해 11월 하남시를 방문해 증설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을 검토하겠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의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해법을 도출하겠다는 겁니다.
동서울변전소 증설 논란은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습니다. 이 사업은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동서울변전소의 기존 교류(AC) 345㎸ 옥외 시설을 옥내화하고 500㎸ 초고압 직류(HVDC) 전압과 관련한 변환소를 추가 증설하는 내용입니다.
정부의 제1차 국가기간전력망확충위원회에서 전국 99개 송전선로와 변전소 구축 사업이 국가 기간 전력망 설비로 지정되면서 동서울변전소도 포함된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생존권·환경권이 훼손되고 한전과의 협상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500㎸ 변환소를 감일동이 아닌 대체 부지에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이런 가운데 송전선로를 축소하기 위해 클러스터 내부에 LNG 열병합 발전소를 짓는 방안은 환경단체의 반발로 막혀있습니다. 일각에선 소형모듈원전(SMR)도 거론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