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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진화와 ‘5세대 전쟁’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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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2025년 기존의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 문패를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교체했다. 트럼프는 “왜 우리가 방어(defense)만 해야 하느냐”며 “공격(offense)도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부가 훨씬 강력한 이름”이라며 “전쟁부였을 때 우린 두 차례 세계대전은 물론 모든 전쟁에서 이겼다”고 덧붙였다. 1차대전과 2차대전 당시 미 행정부에 국방부는 없고 전쟁부가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2차대전 후 미국 주도로 창설된 유엔이 국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도 미 행정부 부처 이름에 ‘전쟁’이 소환되다니, 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일 미군 특수부대 델타포스에 체포돼 미국으로 압송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가운데)이 이틀 뒤인 5일 연방 보안 요원들의 삼엄한 경계 속에서 뉴욕 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29년 노벨평화상은 프랭크 켈로그 미국 국무부 장관과 아리스티드 브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에게 돌아갔다. 두 사람은 노벨상 수상 한 해 전인 1928년 ‘국제 분쟁의 해결 수단으로 전쟁이 아닌 평화적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는 내용의 켈로그·브리앙 조약 체결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는 ‘전쟁을 부정했다’라는 뜻에서 부전(不戰) 조약으로도 불린다. 훗날 유엔 헌장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매김 했으나, 정작 당대에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고 1939년 2차대전 발발 또한 막지 못했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그리고 소련(현 러시아)처럼 ‘강대국이라면 전쟁을 해서라도 국익을 쟁취해야 한다’라고 믿는 열강이 즐비한 현실에 눈을 감은 이상에 불과했다.

 

토머스 하메스는 미국의 예비역 해군 대령이자 전쟁학자다. 그는 인류 역사상 전쟁을 1세대부터 4세대까지 넷으로 분류한다. 먼저 1세대 전쟁은 근대 국가가 상비군을 창설한 19세기의 전쟁이다. 화력이 극도로 중시된 2세대 전쟁은 1914∼1918년 1차대전이 대표적이다. 3세대 전쟁은 군용기와 전차(탱크)가 큰 역할을 담당한 전쟁이다. 1939∼1945년 2차대전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그런데 20세기 중반 등장한 4세대 전쟁은 전과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 베트남 전쟁을 보면 알 수 있다.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 미국이 직접 개입한 가운데 공산주의 월맹이 미국 세력과 월남을 나란히 제압하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전쟁을 수행하는 약소국 지도부의 정치적 의지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이 ‘베네수엘라 사태와 안보적 교훈’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이 4세대 전쟁을 넘어선 ‘5세대 전쟁’의 개념을 제시했다. 백 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용산 특강에 강연자로 나서 ‘베네수엘라 사태와 안보적 교훈’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 최근 미군에 의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를 5세대 전쟁으로 규정하며 인공지능(AI) 기반의 이른바 ‘참수 작전’ 수행 능력을 그 핵심으로 꼽았다. 참수 작전이란 작전 대상의 지도부를 무력화해 정치·군사적 목적을 구현하는 작전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백 회장은 △지도부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정보력 △지도부를 무력화하는 작전 수행 능력 △지도부 제거 이후의 질서를 설계하는 민사 작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군도 끊임없이 진화하는 전쟁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