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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금 한 돈 100만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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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은 아주 특별한 금속이다. 공기나 물에 의해 부식되지 않아 귀하게 취급됐고, 고대 이집트인들이 신성한 태양신과 연관시킬 정도였다. 파라오인 투탕카멘이 죽자 100㎏이 넘는 황금관과 마스크를 만든 것도 이 같은 믿음 때문이다. 금의 가치는 희소성에 있다. 종이와 잉크만 있으면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화폐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금값을 보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경제가 좋을 땐 자금이 주식으로 옮겨가지만 불안할 땐 금에 몰린다. 금과 달러화의 움직임은 반대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금 한 돈 100만원 시대’를 열었다. 27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순금 3.75g(한 돈) 가격은 103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초 한 돈당 53만원이던 금값은 3월 60만원대, 7월 70만원대, 10월에는 90만원을 돌파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서도 상승 흐름이 이어지며 금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나 올랐다. 국제 금 현물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000달러(약 720만원)를 돌파하는 등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금은 ‘불안 심리’를 먹고산다. 금값 급등의 배경은 국제 정세 불안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그린란드 문제를 놓고 상호 관세 부과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형 함대 파견 등 군사적 개입을 시사한 것이 기름을 부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앞다퉈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피터 번스타인은 “금이 반짝이면 세계 경제에 재앙이 닥칠 신호”라고 했다. 지구촌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금이 최고 안전자산이 된 것이다.

우리 사회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너도나도 금 투자에 뛰어들면서 금 통장과 금 펀드로 자금이 몰리고, 골드바 판매가 중단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 돈짜리 돌반지 선물 대신 1g짜리 얇은 초박막 미니바, 초소형 금수저 등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전국에서 금은방 절도가 잇따르자 주인들은 범죄의 표적이 될까 봐 불안에 떨고 있다. 손님 앞에 제품을 내놓는 것마저 겁날 정도란다. 치솟는 금값을 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