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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수 분열 가속시킬 韓 제명, 뺄셈만 하는 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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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결국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어제 ‘쌍특검’ 촉구 단식을 마친 장동혁 대표가 당무 복귀 후 처음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윤리위의 제명 결정을 찬성 7, 반대 1, 기권 1로 원안대로 의결했다. 윤리위가 ‘당게(당원 게시판)’ 문제로 최고 수위 징계인 제명 처분을 내린 지 16일 만이다. 한 전 대표 제명을 계기로 당권파의 당 장악력은 커질 수 있다. ‘윤 어게인’ 세력도 더 결집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 전 대표 제명은 보수 분열을 가속할 뿐만 아니라 6·3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 앞서 윤리위는 친한(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을 중징계하면서 “당 대표는 자연인 인격체가 아니라 당원 개개인의 자유의지의 총합”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국민의힘이 상식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인다.

당장 국민의힘은 적전 분열, 내전 상태에 돌입했다. 한 전 대표는 “우리가 이 당과 보수의 주인”이라며 “기다려달라. 반드시 돌아온다”고 일전을 선포했다. 친한계 의원 16명은 “개인적 이익을 위해 당을 반헌법적이고 비민주적으로 몰아간 장동혁 지도부는 이번 사태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라”며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하나가 돼도 시원찮을 판에 두쪽으로 갈렸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정당의 모습은 아니다.

한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야기한 계엄·탄핵 정국에서 보수 진영의 찬탄(탄핵찬성)파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국민 다수가 계엄에 반대했고, 탄핵에 찬성했다.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헌정 질서가 위협받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한 전 대표가 보인 행보는 보수 정치의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2024년 11월 당시엔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던 익명 게시물을 빌미로 한 전 대표를 내쳤다. 한 전 대표와 같은 생각을 하는 보수 세력은 뺨을 맞은 기분일 것이다.

장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는 ‘건국’, ‘산업화’를 부각하고, ‘기본소득’은 삭제하는 방향으로 당헌·당규 개정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모두가 합리적 보수는 물론이고 중도층의 이탈을 부추기는 것이다. 혁신을 통해 보수를 재건하라는 상식적 요구에 역행하는 퇴행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당명을 아무리 수십번 바꿔도 ‘위장 신장개업’이라는 조롱만 살 뿐이다. 국정 견제 세력이 되어야 할 제1야당의 분열과 퇴행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