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 을지로의 한 30년 된 칼국수 노포에서 겪은 일입니다. 육수를 내고 건져 낸 다시마가 수북이 쌓여 있길래 무심코 “사장님, 이건 다 버리시는 거죠?”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사장님은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아이고, 이 귀한 걸 왜 버려? 채 썰어서 무쳐 놓으면 손님들이 고기반찬보다 더 좋아해. 이게 진짜 보약이야.”
머리가 띵했습니다. 집에서 국물 요리를 할 때면 “국물 냈으니 할 일 다 했다”며 미련 없이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던 그 다시마가 ‘보약’이라니요. 사실 우리는 다시마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흐물흐물하고 축 처진 모습 뒤에 고구마보다 강력한 영양을 숨기고 있는 ‘반전의 식재료’ 다시마를 다시 취재했습니다. 오늘부터는 식당 사장님 말씀처럼 제발 버리지 말고 씹어 드세요. 우리 몸을 살리는 ‘천연 해독제’니까요.
◆변비 탈출? 고구마 찾지 말고 ‘이것’ 드세요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으레 고구마부터 박스째 사다 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쾌변’이 목적이라면 다시마가 한 수 위다.
5일 농촌진흥청 국가표준식품성분표를 분석한 결과 놀라운 수치가 확인됐다. 마른 다시마 100g당 식이섬유 함량은 약 27g. 흔히 ‘섬유질의 왕’이라 불리는 고구마(약 3.8g)보다 무려 7배 이상 많은 압도적인 수치다.
이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도와 숙변을 제거하는 데 탁월하다. 칼로리는 거의 없으면서 포만감은 가득해 체중 관리로 허기진 배를 달래기엔 이만한 간식이 없다. 실제로 대표적인 장수 지역인 일본 오키나와 노인들의 식단을 추적한 연구에서도 다시마 섭취량이 유독 높게 나타난 바 있다.
◆기분 나쁜 끈적임? 내 몸 살리는 ‘자석’
다시마를 물에 불리면 나오는 미끌미끌한 점액질, 만질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하지만 이 끈적이는 성분인 ‘알긴산’이야말로 다시마의 진가다.
한 식품영양학 전문가는 “알긴산은 우리 몸속 소화기관인 장을 통과하면서 강력한 흡착력을 발휘한다”며 “마치 자석처럼 장내에 붙어 있는 노폐물, 중금속, 발암 물질을 달라붙게 해 변과 함께 몸 밖으로 끌고 나간다”고 설명했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 다시마가 ‘호흡기 청소부’이자 ‘혈관 청소부’로 불리는 이유다.
◆“곰팡이 폈네” 오해 마세요…‘감칠맛’ 폭탄입니다
마트 진열대에서 다시마를 고를 때 표면에 하얀 가루가 많이 묻어 있으면 “이거 오래돼서 곰팡이 핀 거 아냐?” 하고 내려놓는 소비자들이 종종 있다. 요리하기 전 흐르는 물에 수세미로 빡빡 문지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굴러들어 온 복을 제 발로 차는 격이다.
이 하얀 가루의 정체는 ‘만니톨’이라는 천연 당 성분이다. 다시마가 건조되면서 자연스럽게 표면으로 배어 나온 것이다. 인공 조미료(MSG) 없이도 국물 맛을 깊고 진하게 만들어주는 핵심 요원이다.
먼지가 묻어 있을 수 있어 젖은 행주나 키친타월로 가볍게 닦아내는 정도면 충분하다. 물로 씻어내면 맛과 영양 모두 하수구로 흘려보내는 셈이다.
◆“혈압 낮추지만 ‘갑상선’ 약하다면 주의”
한국인의 밥상은 맵고 짜다. 나트륨 섭취가 많은데도 고혈압 관리가 어느 정도 되는 건 해조류 덕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시마 속 풍부한 ‘칼륨’과 ‘라미닌’ 성분이 체내 나트륨을 배출시켜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도 과하면 독이 된다. 다시마는 요오드 함량이 매우 높은 식품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건강한 사람은 문제없지만,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나 방사선 치료를 앞둔 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런 경우 주 2~3회 정도로 섭취를 제한하고, 국물 위주보다는 건더기를 적당량 먹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육수 내고 남은 다시마, 버리기 아깝다면 가늘게 채 썰어 간장 양념에 조려보자. 짭조름한 ‘다시마 장아찌’ 하나면 밥 한 공기 뚝딱이다. 버려질 뻔한 천덕꾸러기가 식탁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