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종이컵에 뜨거운 음료를 15분 이상 담으면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온의 음료가 컵 내부 코팅층을 손상시키면서 미세플라스틱이 음료로 유입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종이컵이 플라스틱 컵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을 뒤집은 것이다.
6일 과학계에 따르면 인도 공과대(IIT 카라그푸르) 연구팀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회용 종이컵 5종을 수거해 85~90도의 물을 종이컵에 붓고 15분간 컵 안의 액체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형광 현미경을 이용해 10㎛(마이크로미터) 이상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입자 개수를 지표로 삼아 종이컵에서 방출된 입자를 정량 비교했다.
그 결과, 종이컵 100mL 기준으로 평균 약 2만5000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 관찰된 입자 크기는 약 25.9~764.8㎛ 범위였다. 중앙값은 약 53.65㎛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육안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나노 단위 플라스틱 입자의 경우에도 약 102억개가 음료 속에서 검출됐다.
방출된 미세 나노플라스틱은 입자 크기가 매우 작아 체내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입자는 혈관을 따라 이동해 장기 깊숙한 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장기적으로는 면역 체계를 교란하거나 호르몬 이상을 유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인하대학교 바이오시스템융합학과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게재한 논문에서, 폴리에틸렌(PE) 코팅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채웠을 때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만분의 1에 해당하는 나노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연구진은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체내 흡수가 용이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회용 종이컵은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내부에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으로 된 얇은 플라스틱 코팅층이 덧입혀져 있다. 문제는 코팅층의 내열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데 있다. 뜨거운 액체가 닿으면 표면이 미세하게 녹거나 벗겨지면서 플라스틱 입자가 떨어져 나올 수 있다. 국제 학술지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실린 연구에서는 95도의 물을 PE 코팅 종이컵에 20분간 담아뒀을 때 리터당 675개에서 5984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보고됐다.
또 다른 위험 요소로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꼽힌다. PFAS는 물과 기름을 잘 튕겨내는 성질 때문에 과거부터 일부 종이컵 방수 코팅 등에 사용돼 온 물질이다. 체내에 들어오면 거의 분해되지 않고 쌓인다. PFAS에는 과불화옥탄술폰산(PFOS)과 과불화옥탄산(PFOA)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이들은 인체 내 축적 시 건강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종이컵이 플라스틱 컵의 안전한 대안이라는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매일 두세 잔의 커피를 종이컵으로 마시는 사람의 경우 1년 동안 섭취하는 나노 플라스틱의 양이 수조개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스(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4일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