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출산율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전체적인 출산 지표는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모양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연령대별로 뚜렷한 온도 차가 느껴진다. 과거 출산의 핵심 축이었던 30대 초반의 기세가 한풀 꺾인 사이 30대 후반과 40대가 새로운 출산 주력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5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이 같은 흐름이 명확히 드러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30대 후반(35~39세) 여성의 활약이다. 이들의 출산율(해당 연령 여자인구 1000 명당 출생아 수)은 무려 11개월 연속으로 전년 대비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월 8.7명 상승하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린 이후 가장 최근 집계된 11월까지 단 한 번의 꺾임 없이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 30대 후반 출산율 50명대 진입과 40대의 가세
수치로 보면 변화는 더 극적이다. 지난해 1~11월 평균 출산율은 51.7명을 기록하며 50명대 고지에 올라섰다. 2024년 같은 기간 46.6명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수치다. 이뿐만이 아니다. 늦깎이 부모 대열에 합류한 40대 역시 11개월 연속 증가 또는 보합세를 유지하며 힘을 보탰다. 40대 출산율 누계 평균은 4.4명으로 전년 동월(4.1명)보다 높아졌다.
반면 그간 출산을 주도해왔던 30대 초반(30~34세)은 뒷심이 부족한 모습이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견고한 상승세를 보였으나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하락세를 타며 주춤했다. 작년 1~11월 누계 평균으로는 73.3명을 기록하며 전년 수준을 웃돌고 있지만 하반기 들어 상승 동력이 급격히 약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20대 후반은 소폭 등락을 반복하다 하락으로 돌아섰고 24세 이하는 보합 내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 혼인 연령 상승이 불러온 출산 골든타임의 변화
이 같은 현상의 근본 원인은 혼인 연령의 상승에 있다. 결혼 자체가 늦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첫 아이를 품에 안는 시기도 뒤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015년 30.0세에서 2024년 31.6세로 9년 사이 1.6세가 높아졌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혼인 연령 상승의 여파로 출산의 주축이 30대 내에서도 상향 이동하는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결혼 자체가 늦어지다 보니 첫째 아이를 낳는 시기 역시 30대 중반 이후로 밀려나고 있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출산율 반등의 열쇠는 나이라는 생물학적 제약을 사회적 지원과 의료 기술이 얼마나 뒷받침해 주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