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AI 고평가 논란이라는 암초를 만나며 혼조세로 마감했다. 그간 증시를 견인해 온 기술주들이 힘없이 무너지자 시장의 시선은 이제 ‘AI 환상’ 대신 ‘냉혹한 실적’으로 향하고 있다.
◆ 나스닥 이틀 연속 급락… 2025년 ‘관세 쇼크’ 이후 처음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지수는 0.53% 오르며 버텼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51% 하락하며 이틀 연속 1%대 급락을 기록했다. 나스닥이 이틀 연속 1% 이상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관세 정책 발표로 시장이 요동쳤던 이른바 ‘관세 혼란’ 사태 이후 처음이다.
시장을 짓누른 것은 AI 관련 종목들의 실망스러운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꼽히는 AMD는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고도 향후 성장 전망이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17.31% 폭락했다. 모바일 칩의 강자 퀄컴 역시 메모리 공급난 여파로 우울한 전망치를 내놓으며 시간외 거래에서 9% 가까이 주저앉았다. 대장주 엔비디아도 3.41% 하락하며 기술주 투매 행렬을 피하지 못했다.
◆ ‘AI가 우리 수익 뺏나’ 공포와 거품론의 재점화
최근 하락세의 이면에는 AI 기술이 기존 소프트웨어 업계의 수익 모델을 파괴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깜짝 실적’으로 급등했던 팔란티어가 하루 만에 11% 넘게 폭락하며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고 앱러빈(-11%)과 샌디스크(-16%) 등 소프트웨어 및 저장장치 종목들도 맥을 못 췄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도세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비벡 아리아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투매 양상은 작년 초 중국의 딥시크가 촉발한 급락 사태를 연상시킨다”며 “당시 상황도 뚜렷한 근거 없는 우려가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더 이상 장밋빛 미래만으로는 지갑을 열지 않겠다는 태도가 완강하다.
◆ 돈의 흐름이 바뀐다… ‘성장주’에서 ‘전통주’로의 이동
기술주가 비틀거리는 사이 그간 소외됐던 제약과 운송 그리고 레저 업종은 모처럼 웃었다. 비만 치료제로 유명한 일라이릴리는 실적 전망 상향에 힘입어 10.33% 급등했으며 트럭 운송업체와 카지노 관련주도 8~9%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자연스러운 체질 개선’의 과정으로 보고 있다. 서투이티의 스콧 웰치 최고투자책임자는 “증시가 오랜 기간 대형 성장주에 지배되어 왔다”며 “현재 소외됐던 가치주로 자금이 이동하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