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억원 공천헌금’ 의혹을 받는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과 김경 전 서울시의원에 대해 5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 의원과 김병기 의원 간 공천헌금 대화 녹취가 공개되고 수사가 시작된 지 한 달여 만에 주요 피의자에 대해 이뤄진 첫 신병 확보 시도다.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의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경찰은 구속영장에서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쯤 정치자금법·청탁금지법 위반, 배임수재(강선우)·증재(김경) 혐의로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지난달 20일에 이어 3일 강 의원에 대해 두 번째 소환조사를 한 지 이틀 만이다.
강 의원은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1월 용산의 한 호텔에서 김 전 시의원에게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던 강 의원은 이후 김 전 시의원을 서울 강서구의 시의원 후보로 공천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경찰은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 측 주장이 서로 엇갈리는 점을 고려해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시의원은 ‘강 의원이 공천헌금 1억원을 먼저 요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강 의원은 김 전 시의원에게 쇼핑백을 전달받은 것은 맞지만 그해 4월까지 3개월 동안 금품이 담겨 있는 줄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이 2022년 하반기 이뤄진 ‘쪼개기 후원’을 놓고 공개적으로 진실공방을 벌였다. 강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당시 저는 그런 후원금을 요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부적절해 보이는 후원금’을 확인하고 반환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시의원은 이에 “요청한 적 없는 ‘부적절한 돈’이었다면 상식적으로 (강 의원이) 전액을 즉시 반환했어야 한다”며 “강 의원 측은 의심받을 만한 부분만 골라내 반환했고 나머지는 그대로 유지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2022년 말 단 한 차례 반환 이후 그 어떤 후원금을 돌려받은 사실이 없다”고도 했다.
경찰은 당초 강 의원과 김 전 시의원을 뇌물 혐의 피의자로 조사했지만 구속영장에는 뇌물죄 대신 배임수증재 혐의를 적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당 공천은 판례 검토 결과 자발적 내부 의사결정 과정으로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공무가 아닌 당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가 조사 상황에 따라 최종 송치 때 뇌물죄 적용 여부를 다시 검토한단 방침이다.
뇌물죄의 경우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해야 한다.
강 의원은 금품 수수 당시 국회의원으로 공무원 신분이었지만, 공직선거에서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공천은 정당 내의 자체 의사결정으로 공무원의 직무로는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1억원 배임수재죄의 양형기준은 징역 2∼4년, 배임증재죄는 징역 10개월에서 1년6개월로 뇌물수수(징역 7∼10년), 뇌물공여(2년6개월∼3년6개월)보다 가볍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토한 후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 불체포특권을 가진 강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돼야 한다. 강 의원 체포동의안은 절차대로 진행될 경우 이르면 9일 본회의에서 보고 후 10일이나 11일 표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