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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추위서 살갗 녹았다”…‘워터밤 여신’ 권은비 얼굴 짓무르게 한 80%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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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5895m 고산 자외선 평지보다 60% 강력, 雪 반사율 80%에 얼굴 ‘샌드위치’ 화상
영하의 칼바람에 피부 감각 마비돼 타들어 가는 줄도 몰라…하산 후 뒤늦은 통증에 비명
“고산 등반서 버프와 고글은 생존 장비, 피부 생존 위해 자외선 차단제 듬뿍 발라야 한다”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우후루 피크(5895m). 아이돌 출신 솔로 아티스트 권은비가 환호하며 정상석을 끌어안았을 때만 해도 비극은 예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산을 내려온 뒤 공개된 그의 얼굴은 처참했다.

 

가수 권은비가 킬리만자로 등반 후 입술과 코에 입은 심각한 화상 자국을 공개했다. 권은비 SNS 캡처
가수 권은비가 킬리만자로 등반 후 입술과 코에 입은 심각한 화상 자국을 공개했다. 권은비 SNS 캡처

3일 SNS에 올라온 사진 속 권은비의 코와 입술은 껍질이 벗겨지고 붉은 진물이 맺혀 있었다. 전형적인 2도 화상이다. ‘워터밤 여신’으로 불리며 뜨거운 여름 햇볕에도 끄떡없던 그가, 왜 한겨울 설산에서 얼굴을 데었을까. 여기엔 고산이 파해놓은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 있다.

 

◆“밑에서 튀어 오르는 태양, 피할 곳이 없다”

 

고산의 태양은 우리가 아는 태양이 아니다. 해발고도가 1000m 높아질 때마다 자외선 양은 10%씩 폭증한다. 5895m 정상 부근이라면 평지보다 60% 이상 독한 자외선이 쏟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 무서운 건 바닥이다. 아스팔트나 흙은 자외선을 흡수하지만, 눈(雪)은 거대한 반사판이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미국 환경보호청(EPA) 자료에 따르면 눈의 자외선 반사율은 80%에 육박한다.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직사광선과 발아래서 튀어 오르는 반사광이 얼굴을 ‘샌드위치’처럼 구워버리는 것이다.

 

권은비의 상처가 유독 코끝과 입술 등 돌출된 부위에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모자 챙으로 위는 가렸을지 몰라도, 아래서 치고 들어오는 ‘복병’은 막지 못했다.

 

왜 타들어 갈 때까지 몰랐을까. 범인은 ‘추위’다.

 

정상부의 살을 에는 칼바람과 영하의 기온은 피부 감각을 무디게 만든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피부 온도가 내려가면 통각이 마비돼 화상을 입고 있어도 시원하다고 착각하기 쉽다”고 지적한다. 하산하고 몸이 녹기 시작해서야 뒤늦게 끔찍한 통증이 밀려오는 이유다.

 

◆기록보다 중요한 건 ‘피부 생존’

 

이번 사건은 겨울 산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서늘한 경고장이 됐다. 보통 등산객들은 수십만원짜리 패딩과 고어텍스 재킷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정작 피부를 지킬 장비에는 인색하다.

 

설산의 눈은 자외선을 최대 80%까지 반사해 입체적인 피부 공격을 가한다. 권은비 SNS 캡처
설산의 눈은 자외선을 최대 80%까지 반사해 입체적인 피부 공격을 가한다. 권은비 SNS 캡처

고산 등반에서 안면 마스크(버프)와 고글은 멋 부리기용 소품이 아니라 ‘생존 장비’다. 전문가들은 “SPF 50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를 떡칠하듯 바르고, 물리적으로 햇빛을 차단하는 바라클라바 등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은비의 짓무른 상처는 킬리만자로가 남긴 영광의 상처일까, 아니면 자연의 냉혹한 경고일까. 분명한 건 설산의 아름다움 뒤에는 살갗을 태우는 독화살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