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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오지급 비트코인’ 법적으로 회수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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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발생 나흘째 혼란 여전

비트코인 125개 아직 회수 못해
이 중 30억원 상당은 현금화 완료
이찬진 “돈으로 환산한 분은 재앙”
처분 이용자 80여명과 접촉·설득

민사상 일종의 ‘착오 송금’ 비슷해
반환 청구 소송으로 받을 수 있어
횡령·배임 등 형사처벌은 안 될 듯

대형사고 낸 빗썸 중징계 불가피

사상 초유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가 벌어진 지 사흘이 지났지만 빗썸은 여전히 100억원대 가상자산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거액의 이벤트 ‘당첨금’을 받은 이용자들이 이를 ‘부당이득’으로 인지했을 가능성이 커 회사가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회수는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내부통제 실패로 대형 사고를 낸 빗썸에 대한 중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모습. 연합뉴스
9일 서울 강남구 빗썸 라운지 모습. 연합뉴스

9일 가상자산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빗썸은 오지급된 비트코인 62만개 중 이날 오전까지 125개를 회수하지 못했다. 현 시세로 환산하면 13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 중 30억원 상당은 이미 이용자 명의의 시중은행 계좌로 인출돼 현금화가 완료됐고, 나머지 100억원어치는 알트코인을 매수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빗썸 측은 비트코인을 받아 즉시 처분한 이용자 80여명과 개별 접촉해 반환을 설득하고 있지만, 자금이 이미 외부로 빠져나가거나 다른 자산으로 변환된 만큼 강제 회수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회수 작업이 여의치 않을 경우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빗썸은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최악의 경우는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오지급은 일종의 ‘착오 송금’과 비슷해 법적으론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이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민법은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노무로 인해 이익을 얻을 경우 이를 부당이득으로 규정하고 반환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촉발된 랜덤박스 이벤트 당시 당첨금을 1인당 2000∼5만원으로 명시한 만큼, 당첨자 본인이 거액의 비트코인을 부당이득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만약 빗썸이 승소했는데 이용자가 계속 반환을 거부하면 소송 비용(변호사비 등)까지 이용자가 부담해야 할 수 있다.

블록체인법학회장을 지낸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는 “거래소 측이 즉시 계정을 동결하고 가압류 조치를 취한 뒤 민사소송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빗썸 측이 승소하더라도 이용자의 변제 능력이 변수가 될 수는 있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용자가 이미 자금을 소진해 변제 능력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회수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형사처벌 가능성을 놓고는 이견이 나온다. 은행 착오 송금은 횡령죄가 성립하지만, 가상자산은 횡령이나 배임죄 적용이 까다로울 수 있다는 해석이다. 쟁점은 가상자산을 법정화폐로 인정하느냐는 것이다.

실제 대법원은 “가상자산이 법률상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다”며 2021년 12월 잘못 송금된 비트코인 14억원어치를 본인의 다른 계정으로 이체했다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다만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만큼, 사법부가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지급된 비트코인이) 부당 이득 반환 대상인 것은 명백하다”며 “매각해서 돈으로 환산(현금화)한 분은 재앙”이라고 단언했다.

오지급된 코인이 빗썸이 보낸 것이 맞는지를 확인받은 일부 투자자도 존재하며, 이 경우에는 “원물 반환을 안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나머지 사람들은 끝까지 책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번 사태의 핵심을 ‘오기입이 가능한 빗썸의 전산시스템’이라고 짚었다. 그는 “‘유령 코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디지털자산이 레거시(제도권) 금융에 들어오기 어렵다. 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이번 사고를 낸 빗썸에 대한 중징계 가능성이 거론된다. 2018년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당시 금융당국은 일부 영업정지 6개월, 대표이사 직무정지 등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또 이번 사태가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빗썸의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에도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정엽 대표는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미비와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로 갱신을 불허할 경우 영업 중단 사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