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페이조아다’(feijoada)라는 요리가 있다. 검은콩과 돼지고기, 쇠고기 등을 함께 넣고 걸죽하게 끓인 일종의 스튜다. 보통 쌀밥을 곁들여 먹는데 브라질의 국민 음식으로 통한다. 브라질 이외의 포르투갈어권 국가들에서도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백년간 아주 작은 나라들로 분열돼 있다가 19세기 후반에야 통일을 이룬 독일의 경우 브라질의 페이조아다 같은 단일의 국민 음식은 없다. 다만 독일 식당 하면 소시지와 더불어 ‘자우어크라우트’(Sauerkraut)를 떠올릴 이가 많을 것이다. 잘게 채 썬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보존 식품인 자우어크라우트는 다수 독일인들 사이에 소울푸드로 꼽힌다.
지난 2025년 11월 브라질·독일 외교가에 느닷없이 페이조아다와 자우어크라우트가 소환돼 눈길을 끌었다. 발단은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에 참석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발언이었다. 브라질에 고작 20시간 머물고 독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메르츠는 수행 기자단에 “혹시 더 머물고 싶은 사람 있나요” 하고 물었다. 귀국 후 어느 공식 석상에서 메르츠는 “기자들 중 아무도 손을 안 들었다”며 “다들 브라질을 떠나 복귀하는 것을 행복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당연히 브라질 국내에선 ‘독일 총리가 브라질을 모욕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내가 독일에 가면 시장 노점에서 자우어크라우트, 소시지 등을 사 먹을 것”이라며 “페이조아다를 먹기 위해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 독일 방문을 앞둔 룰라가 메르츠에게 ‘외국 문화를 존중할 줄 알라’는 취지에서 따끔한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 논란은 결국 메르츠가 룰라 그리고 브라질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지난 2023년 1월 4년 임기의 브라질 대통령에 취임한 룰라는 노련한 정치인이다. 이미 2003년부터 8년간 브라질 대통령을 지낸 바 있어 각종 정상회담과 국제회의를 통해 풍부한 외교 경험을 쌓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브라질 정부에 여러 부당한 요구를 하며 무려 50%의 보복 관세를 매겼어도 룰라는 꿈쩍하지 않았다. 되레 트럼프를 겨냥해 “미국 대통령일 뿐 세계의 황제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브라질·미국 간의 통상 마찰은 아직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으나, 룰라를 대하는 트럼프의 태도는 한결 누그러졌다. 독일, 일본, 인도와 더불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며 강대국을 자처하는 브라질은 미국에게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룰라가 이재명 대통령의 초청으로 오는 22∼24일 한국을 국빈으로 방문한다. 그래서일까, 룰라의 부인 호잔젤라 다시우바(59) 여사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복을 입은 사진을 게시했다. 이는 그가 상파울루 주재 한국 총영사 관저를 방문해 브라질 한인회 관계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선물로 받은 옷이라고 한다. 고운 하얀 색 저고리에 푸른 빛이 감도는 치마가 다시우바 여사에게 퍽 잘 어울린다. “독일에 가면 자우어크라우트, 소시지 등을 사 먹을 것”이라던 남편의 공언처럼 다시우바 여사가 방한 기간 한식을 비롯해 다양한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이를 브라질 등 중남미에 널리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