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고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소송 제기 8년8개월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2일 5·18 기념재단 등 4개 단체와 고 조비오 신부 조카 조영대 신부가 전 전 대통령과 아들 전재국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전 전 대통령 측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이씨와 아들 전재국씨는 원심판결에 따라 5·18 단체들에 각각 1500만원, 조 신부에게 1000만원 등 모두 7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또 회고록 중 왜곡된 일부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는 출판·배포가 금지된다. 전 전 대통령은 원심 소송 중 사망했는데 공동상속인들의 상속 포기로 배우자 이순자씨가 소송을 넘겨받았다.
이씨와 아들 전재국씨는 판결에 따라 5·18 단체들에 각각 1500만원, 조 신부에게 1000만원 등 모두 7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 또 회고록 중 왜곡된 일부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는 출판·배포가 금지된다.
쟁점은 △회고록 표현 중 모욕적인 것을 제외한 나머지가 원고 5·18단체들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인지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에 해당하지 않는 조영대 신부가 조비오 신부 유족으로서 손해배상 청구를 행사할 수 있는지 △회고록에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전 전 대통령 측 주장을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은 회고록에 허위사실이 적시됐고 이로 5·18단체들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됐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5·18 민주화운동의 전개 과정과 관련 확정판결의 내용, 관련자들의 진술 및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보면, 각 표현이 적시한 사실들은 모두 허위임이 증명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단체 이름을 명시하지 않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전씨 측 주장은 “단체들의 활동 경과와 회고록 서술방식을 볼 때 통상의 방법으로 회고록을 읽는 일반 독자라면 각 표현이 5·18 단체들을 지목하는 것임을 알아차릴 수 있어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특정할 수 있다”며 배척했다.
조영대 신부에게 조비오 신부 유족으로서 손해배상청구권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 신부를 경멸한 것은 유족으로서 추모감정 등을 침해한 것이고, 원고는 손해배상 및 회고록 출판 등 금지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본 원심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진실이라고 믿을 이유가 있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음은 피고들이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전두환 등이 적시하는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번 재판 의의를 두고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및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의한 인격권 침해에 관한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고 이를 5·18민주화운동 관련 표현 행위에 적용했다”며 “망인에 대한 경애, 추모감정 등의 침해를 이유로 민법상 손해배상청구, 침해행위 배제·금지청구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 언론중재법에 규정된 유족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과 그 구체적인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설시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헬기 사격을 부정했으며, 자신을 ‘광주사태 치유를 위한 씻김굿의 제물’이라고 주장했다.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표현한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란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쓰기도 했다.
이에 5·18단체들과 조비오 신부 유족은 회고록을 집필한 전 전 대통령과 이를 발간해 판매한 아들 재국씨를 상대로 회고록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권고들이 문제 삼은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 출판·배포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고, 이후 전씨 측은 해당 부분 만 검게 가려 2판을 발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