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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리스크 털어낸 구광모…‘AI리더십’에 역량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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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12일 LG가 세 모녀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3년간 10차례의 변론준비기일과 4차례의 변론기일이 이어졌고 5명의 전·현직 임직원이 증언대에 선 소송전이 일단락된 것이다. 향후 LG가 구 회장을 중심으로 한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신성장 사업군으로 띄운 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ABC) 전략 추진 및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LG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 LG제공 

◆법원 “구광모 LG 승계 정당하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는 12일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배우자 김영식 여사와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차녀 구연수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측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그대로 이어진다. 구 회장은 지난해 12월 공시 기준으로 지주사 LG 지분 16.27%를 보유하고 있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LG 지분 11.28% 중 8.76%를 상속받아 최대주주가 됐다. LG연암재단 등 재단 3곳과 구씨 일가 등 특별관계자 지분을 포함하면 총 42.54% 지분이다.

 

법원이 상속 재산 분할 합의가 이뤄진 걸로 인정하면서 LG가(家)가 4대에 걸쳐 이어온 ‘장자 승계’ 불문율도 깨지지 않게 됐다. 

 

재판부는 구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직원들의 증언 내용에 비춰볼 때 고인은 ‘경영 재산은 구 회장에게 상속한다’는 유지를 남겼고, 직원들이 이를 토대로 작성한 ‘유지 메모’가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상속재산 분할 당시 원고들은 여러 차례 내용을 보고받았고, 원고 측 요청에 따라 협의 내용이 변경되기도 했다”며 재산 상속이 유효하게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구 회장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 이재근 송무그룹 대표변호사는 “당시 상속재산 분할 협의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로 이뤄졌다는 점이 법원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2조 규모 상속 두고 8년 갈등 종지부

 

선대회장이 2018년 사망하며 남긴 재산은 LG그룹 지분 11.28%를 포함해 약 2조원 규모였다. 당시 상속인 간 합의에 따라 구 회장은 이 가운데 그룹 지분 8.76%를 상속받았고, 구 대표와 구씨는 각각 지분 2.01%, 0.51%과 구 전 회장의 개인 재산 등 약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상속받았다. 하지만 2023년 세 모녀는 “당시 LG그룹 재무관리팀이 ‘구광모 회장이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고인의 유언이 있었다’고 기망해 재산 분할에 합의한 것”이라며 법정 상속 비율(배우자 1.5, 자녀 각 1)에 따른 유산 재분배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구 회장 측은 구 전 회장이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주식 등 경영 재산을 구 회장에게 승계하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남겼다는 직원들의 증언을 제시하며, 상속재산 분할 합의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세 모녀의 청구가 기각되면서 2018년 상속 분할 효력은 유지된다. 다만 세 모녀 측이 항소할 경우 법적 분쟁은 2심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분쟁의 파장은 단순한 가족 간의 갈등으로 그치지 않았다. 상속재산이 재분배될 경우 LG의 최대주주 지위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지배구조 불확실성으로 번졌다. 특히 LG그룹을 둘러싼 경영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109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 배터리와 화학 등 주력 사업도 글로벌 경쟁 심화와 업황 둔화라는 도전에 직면했다.

 

◆AI 리더십 가속화…신사업 먹거리 발

 

그룹 지배구조가 안정되면서 2018년 LG 대표이사 취임 직후부터 착수한 비(非)주력 사업 정리와 사업 구조 재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적자를 보던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고, 연료전지 자회사와 디스플레이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했다. 대신 그룹 차원의 투자 여력을 인공지능, 바이오, 클린테크의 세 축으로 모으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AI 분야에선 제조·가전·배터리 같은 주력 사업 공정에 AI를 적용해 효율을 높이고,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에선 헬스케어 데이터 분석, 신약 후보 발굴, 원격 의료 등에서 스타트업·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을 넓히며 사업군(포트폴리오)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재계는 구 회장이 중장기 성장 축으로 삼은 바이오에 거는 기대가 큰 걸로 보고 있다. 클린테크 분야에선 전기차 배터리와 배터리 재활용, 차세대 에너지원과 연계한 친환경 기술 투자를 확대하며 ESG(환경·사회·거버넌스)와 실적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 등 미래 사업을 강조해 왔다. 이번 1심 판결로 상속 분쟁이라는 불확실성을 털어내면서 LG가 사업 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