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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만 더” 싹싹 빌던 여성…“방 잡자네” 모텔 사망자 직전 메시지 [금주의 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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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둘째 주에도 전국에서 다양한 사건사고가 이어졌다.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를 수출용으로 위장해 국내 암시장에 대량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는가 하면 안락사를 위해 해외로 가려던 60대 남성이 경찰의 설득 끝에 다시 가족 품에 돌아가기도 했다. 서울 강북구의 한 모텔에서는 20대 여성이 건넨 음료를 마신 남성들이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 사지 굳고 허우적…강남 한복판서 ‘제2의 프로포폴’ 버젓이

에토미데이트를 더 투약해달라고 비는 투약자의 모습. 오른쪽은 투약 후 부작용으로 구토하는 모습.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에토미데이트를 더 투약해달라고 비는 투약자의 모습. 오른쪽은 투약 후 부작용으로 구토하는 모습.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2024년 10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약 9개월간 에토미데이트 3160박스를 조직폭력배 등 무자격자 3명에게 판매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 A씨 등 17명을 입건하고 이 중 10명을 구속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A씨는 제약사에서 조달한 에토미데이트를 베트남 등지로 수출한 것처럼 허위 신고하거나, 본인이 대표로 있는 2개 법인 간 거래로 꾸며 정상 유통 경로를 가장한 뒤 실제 물건은 현금을 받고 중간 유통업자에게 넘기는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팔아넘긴 에토미데이트 물량은 3만1600명~6만32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종 판매 단계에는 불법 시술소 운영자 등 12명이 가담했다. 이들은 강남 청담동과 삼성동 일대에 피부과 의원과 유사한 외관을 갖춘 이른바 ‘피부클리닉’을 차리거나, 아파트와 빌라를 단기 임대한 비밀 투약소에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피부클리닉은 의료기관으로 정식 신고·허가된 곳이 아니며 화장품 도·소매업으로만 사업자 신고가 된 장소를 의원처럼 꾸며 불법 투약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에토미데이트가 수면·환각 효과를 노린 오남용으로 이어지며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릴 정도로 중독 위험성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도 투약한 여성이 의식을 회복한 직후 “한 방만 더 놔달라”고 손을 모아 빌며 반복 투약을 요구하거나 장시간 머물며 연속 투약을 받는 사례가 확인됐다. 투약 직후 허우적대거나 몸이 굳고 손을 벌벌 떠는 모습, 경련을 일으키거나 구토를 하는 모습 등도 포착됐다. 개정 시행령에 따라 에토미데이트는 지난 13일부터 마약류로 지정돼 일반인의 매수나 투약도 모두 형사 처벌 대상이 됐다.

 

◆ 안락사 위해 스위스 가려던 60대…경찰, 항공기 늦춰 막았다

지난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공항=뉴스1
지난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공항=뉴스1

 

인천국제공항경찰단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9시30분쯤 60대 남성 B씨의 가족은 “아버지가 안락사를 목적으로 출국하려고 한다”며 112에 신고했다. 폐섬유증 진단을 받은 B씨는 당일 오후 12시5분 프랑스 파리행 항공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당일 오전 10시쯤 B씨를 만났으나 “몸이 안 좋은데 마지막으로 여행을 다녀오려고 한다”는 B씨의 말에 출국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오전 11시 50분쯤 B씨 가족이 ‘미안하다’는 말이 담긴 유서 형식의 B씨 편지를 발견했다고 알려오자 파리행 항공기의 이륙을 늦췄다.

 

경찰은 이어 B씨를 항공기에서 내리도록 한 뒤 장시간 설득한 끝에 가족에게 인계했다. B씨는 파리를 거쳐 외국인에게도 ‘조력 자살’(조력 존엄사)을 허용하는 스위스로 가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강북구 모텔서 20대男 잇따라 사망…20대女 구속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타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서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타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북부지법 최기원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12일 상해치사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김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김씨의 범행은 지난해 12월14일 오후 11시23분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한 카페 주차장에서 교제 중이었던 20대 남성에게 ‘피로회복제’라며 집에서 미리 준비해 간 약물을 섞은 음료를 건네며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음료를 마신 남성은 약 20분 뒤 카페 내부에서 의식을 잃었고, 김씨는 의식을 잃은 남성을 차로 끌고 간 뒤 남성의 부모에게 연락해 병원으로 옮겼다. 이 남성은 현재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두 번째 피해자인 20대 남성은 지난 1월28일 오후 9시24분쯤 강북구 수유동 소재의 한 숙박업소에 김씨와 함께 입실했다. 이 남성은 김씨에게 받은 숙취해소제를 먹고 잠들었다가 이튿날 사망한 채 발견됐다. 세 번째 피해자인 20대 남성 역시 지난 9일 오후 8시40분쯤 강북구 수유동 소재의 한 숙박업소에 김씨와 함께 입실했고, 두 번째 남성이 건네받은 것과 동일한 숙취해소제를 김씨에게 받아 마셨다. 그리고 다음 날인 10일 오후 6시쯤 숙소 내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MBC에 따르면 세 번째 피해자는 사망 직전 자신의 지인에게 “(김씨가) 오늘 방 잡재, 고기 맛집이 있는데 배달 전문이라고 방 잡고 먹재” 등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가 남성들에게 건넨 음료에는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다량으로 들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약물들은 모두 김씨가 병원에서 직접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성들과 의견 충돌 등을 이유로 약물을 섞은 숙취해소제를 건넸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살인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