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수사기관에서 총 344억여원 규모의 비트코인이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며 국내 사법기관의 보안 신뢰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해킹범을 잡지 못할 경우 국고 손실을 만회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국내 수사기관이 범죄자로부터 압수해 보관 중이던 코인 중 사라진 것은 올해 확인된 것만 총 342개다. 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기준 한화로 약 344억4800만원에 달한다.
우선 광주지검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으로부터 압수해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약 320개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검찰 조사 결과, 수사관들이 인수인계 과정에서 보안이 취약한 피싱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전자지갑 암호를 탈취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강남서는 2021년 압수했던 비트코인 22개가 외부로 무단 이체된 사실이 전수 점검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번 사건으로 정부는 보안 신뢰도 하락 및 국고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는 확인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찰청 연구용역으로 작성된 ‘가상자산 압수·수색 및 표준관리모델 설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 범죄수익 보전액은 2021년 14억5000만원에서 2022년 1445억원으로 불과 1년 만에 약 9900% 폭증한 상태다.
이번 해킹 사태로 인해 담당 수사관 및 관리 책임자들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단순 과실이라 하더라도 수백억원대의 국고 손실을 초래한 만큼 면직 수준의 강력한 처분이 예상된다. 만약 내부 직원이 고의로 정보를 유출하거나 외부 세력과 결탁한 정황이 포착될 경우 ‘업무상 횡령’ 및 ‘공용물 파괴’ 혐의로 형사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공무원 개인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 가치를 배상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결국 국고 손실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사백 법무법인 새별 변호사는 “책임자는 비트코인을 관리하는 것에 있어 상당한 수준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며 “손망실된 사실을 오랫동안 숨긴 것만으로도 중대한 고의나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여 중징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변호사는 “책임자가 외부 세력과 결탁해 고의로 코인을 빼돌린 게 아닌 이상 형사적 책임이나 100% 손해배상 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기관의 암호화폐 관리 방식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대학원 교수는 “암호화폐는 현재 FIU(금융정보분석원)에 등록된 27개 가상자산 사업자처럼 전문 역량을 갖춘 기업에 공공수탁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몰수한 암호화폐에 대한 보안이 더 강화될 수 있고 설령 이번처럼 해킹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보상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