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2·8 중의원(하원) 선거 개표에서 ‘역사적 대승’ 결과가 나온 지난 9일 자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안정된 정치 기반은 강력한 외교에도 큰 힘이 된다”며 자민당 단독 316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자신의 외교·안보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선거 공약집에서도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동지(同志) 국가·지역 및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집 5·6쪽에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및 이재명 대통령과의 ‘드럼 외교’ 사진을 중심으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과 만난 사진을 배치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향후 한·일 관계도 안정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다음달 19일 방미를 계기로 ‘셔틀외교’ 차원의 한국 답방을 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한국 입장에서는 오는 22일 시마네현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표기)의 날’ 행사가 1차 시험대로 받아들여진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자민당 총재선거 때 공언했던 대로 정부측 참석자를 기존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한다면 양국 관계에 격랑이 일 수 있다. 교도통신은 그러나 아카마 지로 영토문제담당상이 지난달 중순 시마네현으로부터 참석 요청을 받았으나, 예년처럼 차관급인 내각부 정무관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보도했다.
18일 출범 예정인 다카이치 2차 내각은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위한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9일 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사례를 거론하며 “각국이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하에 장기전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며 “3대 안보문서를 앞당겨 개정하고 안보 정책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방위비 조기 증액을 위한 3대 안보문서 개정, 살상무기 수출을 제한한 ‘5유형’ 철폐, 대외 정보기관 신설 및 총리관저 직속 국가정보국 설치 등 내용이 공약집에 담겨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도 13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에서 “우리나라(일본) 주변국은 불투명한 군비 증강을 지속하고 지역의 군사 균형은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며 방위력 강화에 의욕을 나타냈다. 그는 특히 해양 진출을 가속하는 중국을 겨냥해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가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방위력 강화 정책에 더해 다카이치 총리가 실제 개헌 추진에 나선다면 안 그래도 껄끄러워진 중국과의 관계가 더 악화할 수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무력 개입’ 시사 발언 때부터 이미 “전후 국제질서에 도전했다”, “평화헌법의 속박을 깨고 군사대국이 되려고 한다” 등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는 중국은 최근 일본 교과서의 가해 역사 희석 흐름 비판에도 나섰다. 주일 중국대사관은 최근 엑스(X)에 잇달아 글을 올려 “일본 출판사 9곳이 발행한 현행 중학교 역사 교과서 가운데 중국 침략 관련 기술에서 명확히 ‘침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본문에 난징 대학살의 일본군 잔혹 행위를 기재한 책은 하나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압박에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는 다카이치 총리가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중요 관전 포인트이다. 그는 9일 회견에서는 “중국과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며 “양국 간에는 우려와 과제가 있는 만큼 의사소통이 중요하고 중국과 대화는 열려 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