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듀발 르로이 160여년 역사 가족경영 유지/1888년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서 1위 올라 명성 시작/미슐랭 레스토랑 70개국 250곳 셰프들이 선택/메뉴에 잘 어울리도록 맞춤 제작 ‘쉬르 메쥐르’ 프로그램 운영
미슐랭 레스토랑 셰프들은 섬세한 메뉴만큼 와인 선택도 매우 까다롭습니다. 자칫 와인을 잘못 매칭하면 공들여 만든 음식의 맛을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와인과 페어링하는 코스 메뉴일 경우 첫 와인으로 서브하는 샴페인이 매우 중요합니다. 첫 잔에 코스 전체의 첫인상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일부 셰프들은 샴페인 하우스에 ‘맞춤 제작’ 방식으로 자신의 메뉴에 가장 잘 맞는 샴페인 생산을 요청합니다. 직접 와인 양조 과정에도 참여합니다. 대표적인 샴페인 하우스가 1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듀발 르로이(Duval-Leroy)로 전 세계 70개국 250개 이상의 미슐랭 레스토랑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미슐랭 셰프가 선택한 샴페인
미슐랭 셰프들에게 샴페인은 단순히 술이 아니라 요리의 완성을 돕는 ‘마지막 소스’와 같습니다. 샴페인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점은 버블입니다. 버블이 너무 세거나 거칠면 순간적으로 혀의 미뢰를 마비시켜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버블이 섬세하고 오밀조밀하며 부드러운 샴페인을 선호합니다. 또 요리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입안을 정돈해 줄 수 있는 깨끗한 산도와 당도의 정교한 밸런스도 매우 중요합니다.
듀발 르로이는 미식계의 거장들을 위해 ‘쉬르 메쥐르(Sur-Mesur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맞춤제작이라는 뜻입니다. 미슐랭 셰프는 하우스의 셀러 마스터와 포도 등급, 생산 마을, 양조 방법, 병숙성 기간, 도사주 등을 상의해 자신의 메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샴페인을 만들어 냅니다. 보통 1000병 안팎으로 소량 생산합니다.
에릭 프레숑(Eric Frechon)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2024년부터 파리 생-라자르역 인근에서 운영하는 브라세리 라자르(LAZARE)에서 쉬르 메쥐르로 만든 듀발 르로이를 사용합니다. 에릭은 파리 르 브리스톨(Le Bristol) 호텔 레스토랑 에피큐어(Epicure)에서 15년 넘게 미슐랭 3스타를 지킨 전설적인 셰프입니다. 그는 프랑스 최고 장인(Meilleur Ouvrier de France·MOF) 상을 받았고, 레지옹 도뇌르(프랑스 명예훈장)도 수상했습니다. 그는 “샴페인에서 가장 사랑하는 점은 우아함, 섬세함, 그리고 세련미입니다. 쉬르 메쥐르를 통해 우리는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미묘하게 조율된 정교한 블렌딩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샴페인과 미식, 결국 이 모든 것은 블렌딩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합니다.
프랑스 미식계의 정점에 선 크리스토프 바키에(Christophe Bacquié)도 호텔 뒤 카스텔레(Hôtel du Castellet)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미슐랭 3 레스토랑을 운영할때 듀발 르로이를 선보였습니다. 그는 “듀발 르로이 쉬르 메쥐르는 요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샴페인을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평가합니다.
파비앙(Fabien)과 라셸 르페브르(Rachel Lefebvre) 부부 셰프도 프랑스 베지에(Béziers)의 1스타 레스토랑 록토퓌스(L’Octopus)을 운영하던 시절 자신만의 듀발 르로이를 내놓았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샴페인은 아주 미세한 버블을 지닌 최고의 샴페인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신선하고 과실향이 풍부하며, 지나치게 와인 향이 강하지 않아서 입맛을 돋우고 식욕을 자극하는 샴페인이죠. 듀발 르로이 쉬르 메쥐르를 통해 이런 샴페인을 얻었습니다”라고 엄치를 치켜세웁니다.
◆160여년 듀발 르로이 역사
듀발 르로이 역사는 160여년전인 185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와인을 유통하는 네고시앙이던 빌레르 프랑쾨(Villers-Franqueux) 출신 에두아르 르로이(Edouard Leroy)와 베르튀(Vertus)의 포도 생산자인 쥘 뒤발(Jules Duval) 의기투합해서 만든 와이너리로 두 가문의 성을 따서 ‘듀발 르로이’로 지었습니다. 두 가문은 더 단단한 결속을 위해 쥘의 아들 앙리(Henri)와 에두아르의 딸 루이즈 외제니(Louise Eugénie)가 결혼하면서 하나의 가문으로 합쳐졌고 많은 샴페인 하우스가 대기업에 매각됐지만 현재까지 가족 경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듀발 르로이는 샴페인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888년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에서 열린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오래전부터 빼어난 품질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특히 와이너리를 이끌던 앙리와 루이즈의 아들 3대 레이몽(Raymond)은 1911년 상파뉴에서는 처음으로 최고 등급 프리미에 크뤼(1er Cru) 포도만으로 빚은 플뢰르 드 샴페인(Fleur de Champagne)을 세상에 선보입니다. 당시는 프리미에 크뤼 포도만으로 샴페인을 빚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던 시절입니다. 왜냐하면 프리미에 크뤼의 포도의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일반 마을의 포도를 섞어서 샴페인을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이 샴페인의 등장은 전세계 와인업계에 큰 충격을 줬고, 프리미엄 샴페인 시장의 흐름을 듀발 르로이가 주도하게 됩니다.
1911년은 상파뉴에서 처음으로 마을별로 포도밭 등급 지수, ‘에쉘 데 크뤼(Échelle des Crus)’가 도입된 해입니다. 당시는 그랑크뤼, 프리미에 크뤼 등의 호칭 구분이 따로 없었고 100% 마을, 90~99% 마을, 80~89% 마을로 구분했습니다. 샴페인 하우스들이 포도를 구매할 때 가격에 차등을 주기위해 만든 등급 지수입니다. 듀발 르로이는 등급 지수가 도입되자 마자 현재의 그랑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포도로 만든 샴페인을 만들었고 최고 품질이라는 의미로 ‘프리미에 크뤼’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실제 플뢰르 드 샴페인은 ‘샴페인의 꽃’이란 뜻으로, 최고 등급 샴페인과 흰꽃 향을 모두 의미합니다. 이런 전통 때문에 이 샴페인은 지금도 그랑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포도를 섞어서 만들지만 공식 와인 이름은 ‘플뢰르 드 샴페인 프리미에 크뤼’를 사용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이몽은 나치에게 셀러의 샴페인을 약탈당하지 않으려고 생산량을 대폭 줄이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합니다. 시설의 현대화를 이끌던 5대 장 샤를(Jean Charles)이 1991년 39세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아내인 캐롤 듀발 르로이(Carol Duval Leroy)가 하우스를 이끌고 있습니다. 벨기에 출신으로 경제학을 전공한 캐롤은 남편의 뜻대로 가족 경영을 유지하며 듀발 르로이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끕니다. 특히 2007년 샴페인 지역 양조자 협회(AVC) 역사상 최초의 여성 회장으로 선출됩니다. 1994년 샴페인 하우스 최초로 ISO 9002 인증을 획득하고 2005년 상파뉴 최초의 여성 셀러 마스터 상드린 로제트 자르댕(Sandrine Logette-Jardin) 영입합니다. 듀발 르로이는 코뜨 데 블랑(Côte des Blancs) 남단의 프리미에 크뤼 마을 베르튀(Vertus)에 있으며 가문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베르튀는 섬세한 샤르도네로 매우 유명합니다. 현재 세 아들 줄리앙(Julien), 샤를(Charles), 루이(Louis)가 총괄 매니저, 마케팅, 홍보를 맡고 있습니다. 한국을 찾은 줄리앙과 듀발 르로이의 매력을 따라갑니다. 듀발 르로이 샴페인은 서울와인앤스피릿(SWS)에서 수입합니다.
▶듀발 르로아 뀌베 MOF
일반 소비자를 위해 소물리에와 파트너십을 통해 만들었으며 음식 페어링에 최적화된 샴페인입니다. MOF는 프랑스 최고 장인 소물리에(Cuvée des Meilleurs Ouvriers de France Sommeliers)의 약자로 미식의 정점을 추구하는 전문가들의 감각이 집약된 샴페인입니다. 듀발 르로이의 셀러 마스터 산드린 로제 자르댕(Sandrine Logette Jardin)과 MOF 소믈리에들이 초기 블렌딩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 음식 페어링에 최적화된 구조감과 산도를 설계합니다. 2008년 빈티지 베이스 에디션을 시작으로 2010, 2014년 세차례 에디션이 출시됐습니다.
샤르도네(Chardonnay) 68%, 피노 누아(Pinot Noir) 32%. 도사주 2.5 g/L. 최소 3년∼5년 이상 병숙성.
아카시아와 산사나무 같은 흰 꽃의 향기로 시작해 레몬 제스트, 유칼립투스의 신선함이 느껴집니다. 그 뒤로 따라오는 참깨, 구운 아몬드, 은은한 오크 향이 깊이와 복합미를 더합니다. 완벽한 산도가 구조감을 뒷받침하며, 매우 긴 여운과 세련된 질감을 선사합니다. 살짝 구운 생선 요리, 가리비 요리, 새우 감바스, 푸아그라를 곁들인 토스트, 고급 해산물 카르파초와 잘 어울립니다.
▶듀발 르로이 브뤼 리저브
피노 누아 60%, 피노 뫼니에 30%, 샤르도네 10%. 도사주 8g/L. 병숙성 3~4년
섬세함과 파워 사이의 뛰어난 밸런스와 일관된 복합미가 돋보입니다. 사과, 배, 감귤류의 신선함과 흰 꽃의 섬세한 향, 구운 아몬드, 토스트한 브리오슈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특징입니다. 다크 초콜릿, 시나몬, 구운 노란 무화과의 독특하고 깊은 풍미가 층층이 드러납니다. 부드러운 질감과 긴 피니시가 인상적입니다. 굴, 랍스터, 훈제 연어, 구운 농어, 크림 소스를 곁들인 닭고기나 송아지 고기, 브리, 카망베르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15개 크뤼 포도와 약 40%의 리저브 와인으로 만듭니다. 2008년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샴페인입니다.
▶듀발 르로이 플뢰르 드 샴페인 프리미에 크뤼(Fleur de Champagne 1er Cru)
샤르도네 70%, 피노 누아 30%. 그랑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포도만 사용. 도사주 6g/L. 리저브 와인의 약 절반은 오크통에서 9개월 숙성. 최소 3년∼최대 6년 이상 병숙성.
‘샴페인의 꽃’이라는 이름답게 섬세하고 화사한 스타일이 특징입니다. 아카시아 같은 흰 꽃의 강렬한 향이 첫인상을 장식합니다. 잘 익은 복숭아, 파인애플, 무화과의 과일향과 아몬드, 천연 헤이즐넛, 갓 구운 빵 등 고소하고 복합적인 향이 어우러집니다. 입에서는 실크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밀도 있는 질감이 느껴집니다. 은은하고 짭조름한 미네랄과 유칼립투스 힌트가 긴 여운을 남깁니다. 가리비 카르파초, 굴, 랍스터, 익힌 새우 요리, 가벼운 소스를 곁들인 닭고기나 송아지 고기, 버섯 리조또와도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듀발 르로이 팜므 드 샴페인 브뤼 나뚜르(Femme de Champagne Brut Nature) 2002
샤르도네 95%, 피노 누아 5%. 그랑크뤼(Avize, Cramant, Oger, Le Mesnil-sur-Oger, Ambonnay) 포도만 사용. 도사주 0%.
무려 최소 20년 숙성하는 듀발 르로이 빈티지 샴페인의 걸작입니다. 아카시아 꽃의 우아한 향으로 시작해 잘 익은 노란 과실, 구운 브리오슈, 헤이즐넛, 바닐라, 설탕에 절인 귤껍질, 말린 과일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나타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볶은 헤이즐넛과 꿀의 힌트가 층층이 쌓입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지며, 레몬과 만다린 오렌지 껍질의 신선한 산미가 중심을 잡아줍니다. 제로 도사주인 브뤼 나뚜르이지만 과실 자체에서 오는 응축된 단맛과 풍부한 바디감이 느껴지며 미네랄이 돋보이는 매우 긴 피니시를 선사합니다.블랙 트러플을 곁들인 리조또, 랍스터 구이, 킹크랩, 버터 소스를 곁들인 가리비 관자 요리, 크림 버섯 소스를 곁들인 송아지 요리와 베이징 덕 같은 풍미가 강한 요리와도 잘 어울립니다. 20% 220L 오크 배럴에서 발효해 실크같은 구조감과 복합미를 더합니다.
▶듀발 르로이 팜므 드 샴페인 브뤼 그랑 크뤼(Brut Grand Cru)
샤르도네 80%, 피노누아20%. 그랑 크뤼(Avize, Chouilly, Le Mesnil-sur-Oger, Ambonnay 등) 포도만 사용. 도사주 5g/L. 최소 10년 이상 병숙성.
샤르도네의 우아함과 피노 누아의 구조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복합적인 스타일입니다. 갓 구운 브리오슈, 바닐라 빈, 구운 견과류의 고소한 향이 지배적이며, 뒤이어 잘 익은 노란 복숭아, 살구, 레몬 커드의 상큼한 향이 조화를 이룹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풍부한 바디감과 크리미한 질감이 특징입니다. 설탕에 절인 과일의 농축미와 그랑 크뤼 포도밭 특유의 날카로운 미네랄이 중심을 잡아주며 매우 세련된 균형감을 보여줍니다. 버터 소스를 곁들인 가리비, 캐비아, 구운 랍스터, 대게, 트러플 소스를 곁들인 닭요리, 크림 소스 송아지 고기, 숙성된 콩테치즈나 풍미가 진한 파머산 치즈, 푸아그라와 잘 어울립니다. 일부 오크 배럴 발효로 바닐라와 토스트 향의 힌트를 부여합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