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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TK가 달라졌어요”…저지선 뚫은 ‘푸른 바람’, 국힘 아성 무너뜨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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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텃밭의 ‘초유의 사태’… 70대 이상도 국힘에 등 돌렸다
이재명 지지율 50% 육박, 안동은 30% 벽 넘었다… ‘보수 성지’ 경북의 거센 민심 이반
“옛날 TK(대구·경북) 아닙니다. 국힘도 긴장해야 할 겁니다.”

 

경북 경산의 경산시장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52)씨는 15일 “최근 친구들과 만나보면 다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찍겠다는 친구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예전이나 대구, 경북에서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엔 사람만 괜찮으면 민주당 찍겠다는 사람들도 많다”며 “지방선거에서도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간 보수의 성지로 이름을 알리며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평가받던 TK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역에서 이름깨나 알렸던 국민의힘 소속 기초의원들이나 무소속 의원들이 민주당으로 입당하는가 하면, 정당지지도에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동률로 나오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판이 흔들리고 있다. 50%에 달하는 TK의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와 능력 있는 인물을 통해 민주당이 ‘국민의힘=영남’이라는 공식을 깨고 국민의힘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지역뿐만 아니라 여의도 정가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전봉근 경산시의원. 전봉근 시의원 제공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전봉근 경산시의원. 전봉근 시의원 제공

◆“국힘에 실망”…민주당으로 간 TK의원들

 

경북 경산은 1989년 시 승격 이후 현재까지 민주당 계열 국회의원을 배출한 적이 없는 국민의힘의 텃밭이다. 지난 총선에서도 국민의힘의 조지연 후보에 맞서 민주당이 아닌 무소속의 최경환 전 부총리가 박빙을 보였을 정도로 보수세가 강한 도시로 평가받는다. 이곳에서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전봉근 경산시의회 행정사회위원장은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당시 지역정가에선 전 의원이 국민의힘 경산시 당협위원장인 조지연 국회의원과 의정 활동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전 의원은 세계일보와 만나 “국민의힘을 떠난 근본적인 이유는 시민이 뽑은 기초의원의 의정활동을 당협이 가로막고, 간섭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으로 입당한 이후 임기 동안 시민 복리 증진이라는 소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의원은 “계엄사태와 탄핵 등을 거치며 저를 포함한 많은 시민이 국민의힘에 실망했다”며 “기초의원도 과거처럼 당만 보고 뽑는 시대를 지났다. 참신한 인물이고 지역을 위해 발로 뛸 수 있는 후보라는 점을 내세워 다음 지방선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많은 국민의힘의 의원 중에 전 의원의 탈당이 지역정가에서 충격적인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전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에서 조차 위험하다고 평가받은 ‘다번’으로 시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그만큼 당이 아닌 개인기가 통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특히 다번으로 전 의원이 당선되면서 시의회에서도 국민의힘은 비례대표를 한석 더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전 의원의 민주당 입당과 차기 지방선거 출마 계획으로 경북 경산의 향후 지방선거 판도도 셈법이 복잡하게 됐다.

 

전 의원은 “집권당인 민주당 후보로 이번 선거에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경산이 TK에서 민주당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핵심지역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호석 안동시 의원. 안동시의회제공
김호석 안동시 의원. 안동시의회제공

비난 전 의원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김호석 안동시 의원과 조경섭 전 예천군 의원도 민주당에 입당했다. 김 시의원은 무소속으로 활동해 왔고, 조 전 군의원은 당적이 없었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안동과 예천에서 두 사람이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는 표면적으로 집권당인 민주당에서의 출마가 지역 발전에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시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시대라는 특별한 기회를 안동 발전의 발판으로 삼겠다며 민주당의 힘을 통해 막을 것은 막고, 반드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겠다고 강조했다. 김 시의원은 안동시의회 의장을 지냈다.

 

지역정가에선 민주당으로도 두 사람이 다가오는 지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전망한다.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의 경우 지난 대선에서 이 대통령이 31.2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TK 지역 중 유일하게 30%를 넘겼다. 특히 이 대통령 생가가 있는 도촌마을이 포함된 안동시 예안면 제2투표소에서 이 대통령의 득표율은 45.33%에 달했다. 당시 이영수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은 “TK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는 득표율 30%는커녕 25% 이상 받기도 어렵다”며 “아무리 (이 대통령) 고향이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은 TK 정치 지형이 바뀌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TK 정당지지율 민주당=국힘…이재명 지지율 50% 코앞

 

이처럼 TK지역의 기초의원들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데는 민주당으로도 충분히 당선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이미 지역구에서 이름을 알린 전혁직 시의원들의 경우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만 받쳐줄 경우 해볼 만하단 평가다. 여기에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국민의힘과 달리 인물이 부족한 민주당에서 전략공천을 받은 뒤 안정적으로 본선 경쟁을 노리겠다는 셈법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최근 TK에서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며 이같은 바람은 보다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관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잘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직전 조사인 지난주보다 5%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TK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는 응답은 49%로, 잘 못 하고 있다는 판단은 39%로 나왔다. 50% 가까운 응답자가 이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이 16%로 가장 높았으며 ‘부동산 정책’(11%), ‘외교’(10%) 등도 거론됐다.

 

특히 이번 결과에서 ‘보수의 심장’으로 꼽히는 TK(대구·경북) 지지율마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32% ‘’동률’로 따라잡혔다. 단순 계산해도 당적 때문에 손해 볼 일은 없다는 판단이 나온다. 연령대별로 봐도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완패했다.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으로 꼽히는 70대 이상 고령층마저 민주 40%-국힘 35%로 ‘역전’을 허용했다. 여기에 △20대 민주 26%-국힘 18% △30대 민주 36%-국힘 23% △40대 민주 56%-국힘 16% △50대 민주 53%-국힘 17% △60대 민주 47%-국힘 25%로 전 연령대에서 국민의힘이 열세를 기록했다.

 

다만 TK에서 민주당 바람이 불기 위해선 단체장을 비롯해 기초의원 등의 대규모 출마가 필요하지만 최근 민주당은 TK 지역 후보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지역 단체장만 보더라도 대구시장의 경우 출마 예정자였던 홍의락 전 국회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현재 대구시장 후보는 공석이다. 대구 중구청장과 군위군수의 경우 민주당에선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경북의 경우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포항북지역위원장이 경북도지사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지만 안동(이삼걸)과 포항(박희정), 영천(이정훈), 영양(김상훈)을 제외하곤 공식 출마자가 없다. 이에 민주당과 지역정가에선 민주당이 TK지역의 대대적인 전략공천에 나서는 등 방안도 거론된다.

 

이번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접촉률은 40.4%, 응답률은 13.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