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탐내고 나서자 덴마크에서 뜻밖의 반응이 나왔다. “후하게 쳐줄 테니 그린란드를 미국에 판매하라”는 트럼프를 향해 덴마크 시민들은 “그러지 말고 우리가 캘리포니아를 사겠다”고 응수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50개주(州)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다. 자연히 미국 대통령 선거인단 총 538명의 10%에 해당하는 54명이 캘리포니아에 배정돼 있다. 문제는 캘리포니아가 정치적으로 민주당 텃밭이란 점이다.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 입장에서 보면 말 그대로 험지 중의 험지로, 선거에 도움이 전혀 안 되는 곳이다. 바로 이 점에 착안한 덴마크인들이 트럼프한테 한 방 제대로 먹인 셈이다.
캘리포니아의 힘은 인구 수에만 그치지 않는다. 비록 캘리포니아는 국가가 아니나 2024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의 국내총생산(GDP)은 무려 4조1000억달러(약 5923조원)를 기록했다. 일본 GDP를 능가하는 엄청난 숫자다. 만약 캘리포니아가 독립국이라면 미국, 중국, 독일에 이은 세계 4위 경제 대국이란 뜻이다. 이는 미국이 보유한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 본사 상당수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점과 무관치 않다. 인공지능(AI) 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산업이 한 나라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위력은 나날이 커지는 중이다.
미국 제40대 대통령을 지낸 공화당 소속 로널드 레이건(1981∼1989년 재임)이 1960∼1970년대에 8년간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점에서 보듯 캘리포니아가 원래부터 민주당 우세 지역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199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가 현직 대통령인 공화당 조지 W H 부시(아버지 부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이래 대선만큼은 민주당의 절대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중남미와 아시아 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많다는 점이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연히 캘리포니아를 대하는 트럼프의 태도는 심드렁하다. 민주당 출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트럼프는 뉴섬 대신 ‘뉴스컴’이라고 부른다. 뉴섬과 쓰레기를 의미하는 스컴(scum)을 합성한 말이다.
13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뉴섬이 트럼프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유럽 지도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트럼프는 일시적인 존재일 뿐”이라며 “그는 (남은 임기인) 3년이 지나면 떠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미 헌법상 대통령은 두 번까지만 하게 돼 있다. 앞서 트럼프는 3선(選) 도전 의지를 밝혔으나 개헌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미 1차 집권기(2017∼2021)를 경험한 트럼프는 재선 대통령으로서 임기가 만료되는 2029년 1월이면 백악관을 비워야 하는 처지다. 미 언론은 뉴섬이 민주당 유력 정치인으로서 차기 대권을 향한 강렬한 야망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것이 트럼프를 자극해 위헌 논란을 무릅쓰고 3선 출마를 강행하게끔 만드는 것은 아닐지 살짝 걱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