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 납세자들에게 고문료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기로 약속받고 퇴임 후 이를 챙긴 전직 세무서장들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김지선 소병진 김용중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세무서장 A씨, B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각각 2019년 6월, 2020년 6월 세무서장을 퇴직한 후 세무사 사무실을 개업해 약 1년 동안 자신의 관내에 있던 수십개 업체로부터 매월 55만∼220만원 상당의 고문료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A씨와 B씨가 고문 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각각 57개, 47개였으며, 이를 통해 수수한 금액은 총 6억930만원, 4억621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관내 업체 운영자에게 “퇴직하는데 도와주세요”, “고문 계약을 해주면 좋겠습니다”라며 고문 계약 체결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고문 계약은 전직 세무서장들에게 이어지던 관행으로, A씨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후임자였던 B씨가 이를 대부분 이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B씨는 퇴임 전 고문 계약 논의가 있었더라도 확정적 합의는 아니었고, 계약은 퇴임 후 체결된 만큼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실제 세무 자문을 제공한 대가이므로 청탁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도 펼쳤다.
그러나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업체 대표자들과 적어도 1년간 매월 55만원 이상 금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확정적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고문 계약을 체결한 업체 수가 지나치게 많아 정상적으로 자문을 해주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30년 이상 공직 근무 경력과 종전 관행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
A·B씨는 항소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사실상 후원 성격의 금전을 고문료 형식으로 받은 점을 인식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업체들이 피고인들의 세무 업무에 관한 지식이나 능력을 검증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고인들도 업체별로 고문의 필요성이나 적정 보수에 대한 고민 없이 종전 관행에 따라 고문 보수를 요구·약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