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설 연휴가 끝나는대로 공천헌금 등 13가지 의혹에 휩싸인 무소속 김병기 의원을 소환조사할 전망이다. 첫 소환조사에서는 경찰의 수사가 진전된 공천헌금 의혹, 배우자 이모씨의 동작구의회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에 대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최근 김 의원에게 소환을 통보한 뒤 소환일정을 조율 중이다. 경찰이 김 의원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8명을 포함해 30명 이상을 조사하며 혐의를 다져온 만큼, 김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은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의 가짓수가 많은 만큼 김 의원을 수차례 불러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원을) 여러 차례 불러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가 많이 된 의혹을 먼저 조사할 수도 있고 의혹 전반에 대한 본인 입장을 들을 수도 있다”며 “어떤 조사 방식이든 하루 만에 조사를 끝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공여자 자백’ 나온 공천헌금 의혹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들 중 ‘공천헌금 의혹’은 주변인 조사가 비교적 빨리 이뤄졌다. 김 의원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직 동작구의원 2명으로부터 총 3000만원을 받았다가 선거가 끝난 뒤 돌려줬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경찰은 김 의원 측에 금품을 전달했다고 밝힌 김모·전모 전 동작구의원을 지난달 두 차례 이상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김 의원 배우자 이모씨가 남편 선거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해 돈을 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돈을 김 의원 부부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지희 동작구의회 부의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품 공여자 측 진술을 확보한 셈이다.
경찰은 지난달 21일과 22일 이 부의장과 이씨를 각각 소환하기도 했다. 다만 이씨는 지난달 22일 경찰 조사에서 ‘구의원들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받은 적 없고 당시 남편 선거 자금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경찰은 김 의원을 상대로 금품이 실제 전달·반환됐는지 여부와 금품 전달 경위, 금품이 정치자금법에 해당하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관련자 조사 마무리한 ‘아내 법카·수사 무마’ 의혹
김 의원의 배우자 이씨의 동작구의회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수사 무마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이 의혹은 조진희 전 동작구의원이 2022년 7월부터 9월까지 서울 영등포구·동작구 일대 식당에서 이씨가 식사할 수 있도록 구의회 법인카드를 주거나 선결제하는 방식으로 식대 159만원을 횡령했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지난달 22일 이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9일에는 조 전 구의원에 대한 피의자 조사도 진행했다.
앞서 이 사건은 서울 동작경찰서가 2024년 8월 이씨와 조 전 구의원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한 뒤 무혐의로 종결하면서 ‘부실 수사’ 의혹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경찰 고위 간부 출신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당시 사건을 맡았던 동작경찰서장 A 총경에게 수사 무마와 관련한 청탁을 했다는 수사 무마 의혹도 함께 불거졌다.
경찰은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A 총경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당시 동작경찰서 수사과장과 지능범죄수사팀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진행했다. 지난달 23일엔 동작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최근에는 김 의원과 A 총경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된 김 의원의 고교 동창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남 의혹 등도 수사망 좁혀
김 의원은 이외에도 △차남 숭실대 편입 개입 △차남 취업 청탁 △항공사 호텔 숙박권 수수·의전 요구 △쿠팡 이직 전 보좌관 인사 불이익 요구·고가 식사 △보좌관 텔레그램 대화 내용 무단 탈취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최근까지도 압수수색과 관련자 조사를 이어가며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지난달 14일 김 의원 자택과 의원회관 사무실 등 6곳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29일에는 ‘보좌관 인사 불이익 요구’ 의혹과 관련해 쿠팡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6일에는 김 의원 주변인의 국회 출입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사무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중 차남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숭실대 편입 특혜 의혹에 연루된 이 부의장을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장범식 전 숭실대 총장을 한 차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바 있다. 지난 3~4일에는 취업 청탁 의혹과 관련해 차남이 재직했던 빗썸 임원과 두나무 이석우 전 대표도 참고인 신분으로 연일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조만간 김 의원의 차남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보좌진에 대한 ‘갑질’ 의혹과 관련해서도 전직 보좌관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최근까지 이뤄졌다. 김 의원은 쿠팡으로 이직한 전 보좌관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데, 경찰은 지난달 두 차례 이상 전 보좌관 김모씨와 이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