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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명절 고속도 통행료, 정말 무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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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세금으로 충당… 미래 세대에 청구될 ‘어음’

“명절 때마다 시행하는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정책에 결국 국민 세금이 쓰인다는 사실을 아나요·”

아니, 솔직히 몰랐다. 업계 관계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들은 뒤에야 문제 의식이 생겼을 뿐 이전에는 간간이 혜택을 보면서도 어떤 원리로 ‘요금 공짜’가 주어지는지 관심을 갖질 않았다. 이재명정부는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설 연휴 기간인 2월 15∼18일 나흘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는 안을 통과시켰는데, 정확하게는 해당 제도 집행을 위해 편성된 예산을 심의·의결한 것과 같다.

이현미 산업부 차장
이현미 산업부 차장

권위주의 시대에는 정부가 ‘돈 받지 마’라고 주문하면 ‘민자 고속도로’든 국영이든 공짜로 이용할 수 있었겠지만, 관련 절차와 계약이 철저히 준수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선 결국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일이 된다. 민자 고속도로는 통행료 면제 전액을 정부가 세금으로 민간 업체에 보전해주고, 정부가 운영하는 ‘재정 고속도로’ 면제액은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가 빚으로 떠안는 구조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 국민의 통행료를 보전해주기 위해 마련한 예산은 606억원으로 2017년 제도 도입 이래 관련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첫 명절이었던 2017년 추석에 535억원을 쓴 뒤 추석 기준 2018년 481억원, 2019년 498억원, 2022년 646억원, 2023년 694억원, 2024년 638억원, 2025년 671억원이 쓰였다. 코로나19 사태로 통행료 면제가 시행되지 않은 기간(2020년 추석∼2022년 설)을 빼고 지난해까지 설·추석 연휴 고속도로 무료 이용에 투입된 재정은 총 7252억원에 달한다.

개인적으로 새삼 놀란 건 이 제도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광복 70주년의 기쁨을 온 국민과 나누자는 차원에서 2015년 일회성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이후 “명절에는 고궁도 무료인데 고속도로는 왜 돈을 받냐”, “차가 막혀서 고속도로가 아니라 저속도로가 된다”, “귀성·귀경길 고통을 덜어달라”는 원성과 민원이 자자했다. 결국 2017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명절 무료 통행은 복지 정책의 하나로 상시 제도화됐다. 그러나 이는 보편 복지와 거리가 멀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선별적 복지는 더더욱 아니다. 정책적 성격이 모호한 포퓰리즘이 아니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무료 도로’를 이용하지 않으면 괜히 손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차를 끌고 나올수록 고속도로는 더욱 막힌다. 기후 위기 주범인 이산화탄소 감소는 물론 교통난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에도 역행한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하는 전문가도 있다.

일각에선 소비 진작과 서민 부담 경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일회성 면제가 소비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평가가 상당하다. 그런데도 이 제도가 별다른 논란 없이 유지되는 건 ‘공짜 서비스’란 착각과 명절 정서가 겹쳐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향 방문과 가족 상봉이 이뤄지는 명절을 맞아 정부가 이 정도 생활 편의는 제공할 수 있는 것 아니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짜로 보이는 서비스’는 누군가, 특히 미래 세대에게 청구될 어음인 만큼 국민 기분이란 느슨한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된다. 보다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정책 대상과 규모를 재설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