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수산식품 관련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인 무역기술장벽(TBT)과 위생·검역(SPS) 건수가 3년 전보다 4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가 심화하는 가운데 각국이 위생과 기술표준을 앞세워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짧은 농수산물은 수출 시 절차가 더해지면 악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실제 농수산물은 다른 품목과 같은 TBT·SPS 건수가 적용되면 10%포인트 이상 비용 부담이 커진다. 이처럼 글로벌 무역 환경이 복잡해지고 정교해지면 수출 성과가 반감되므로 불확실성을 낮추고 수출전략을 세분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리스크를 빠르게 파악해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국내 수산식품 수출 성장세도 둔화할 수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글로벌 통상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선제적으로 체계를 마련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3년새 TBT·SPS 통보문 7.8배·2.6배 늘어
세계무역기구(WTO)와 해수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된 수산식품 관련 TBT·SPS 통보문은 총 340건이다. 2022년 82건과 비교해 4.1배 증가했다. TBT는 2022년 24건에서 지난해 187건으로 7.8배 급증했다. SPS도 같은 기간 58건에서 153건으로 2.6배 늘었다. 전년과 비교해도 43.8%, 12.5% 많아졌다. TBT는 국가 간 상이한 기술 규정, 표준, 적합성 평가절차 등을 적용해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무역상 장애요소를 뜻한다. SPS는 인간, 동물 또는 식물의 생명이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위생·검역조치다.
TBT·SPS는 국가 간 수출입 과정에서 대표적인 비관세장벽으로 꼽힌다. 그래서 각국은 TBT·SPS 적용 시 WTO에 이를 알려야 하는데 최근 그 건수가 급증했다. WTO는 지난해 11월 SPS 위원회 실무그룹 첫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제기한 SPS 관련 무역 우려사항 71건을 우선 검토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TBT위원회 검토보고서(3년 주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TBT 통보 건수는 4068건으로 가장 많았다. 각국이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는 의미다. 해수부 관계자는 “2022년을 기점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발행하는 TBT·SPS 통보문이 많이 늘어나며 전 세계 수산식품 관련 통보문 발행 건수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동아프리카공동체 등의 개발도상국에서 역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공동 표준 제도를 채택하는 등 비관세장벽이 강화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농수산물 비관세장벽, 관세 10%포인트 높여
글로벌 비관세장벽 강화는 국내 수산물 수출 전반에 실질적인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WTO의 세계무역보고서에 따르면, 비관세조치를 관세율로 환산한 ‘관세 환산치(AVE)’는 전 산업 평균 12%, 농수산물은 27%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관세율은 평균 7.4%, 농수산물은 16.8% 수준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무역 정책 주요 통계 및 분석’ 보고서를 통해 농수산물 부문의 경우 전체 교역량의 거의 대부분이 최소 하나 이상의 비관세조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TBT와 SPS 같은 비관세장벽이 다른 품목보다 농수산물 부문에서 10%포인트 이상 더 큰 비용 부담을 발생시키고 사실상 관세보다 더 강한 무역 제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한기욱 KMI 해외시장분석센터장은 “신선도가 생명인 수산물의 경우 복잡한 인증 절차와 위생 규제가 실질적인 수출 비용 상승과 물량 감소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과학적 분석과 AI로 구축한 ‘수산 통상 방어망’
글로벌 수산 통상 환경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관세 문제뿐 아니라 환경·위생 기준 강화, 인증 요구 확대 등 다양한 비관세장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예측 가능성을 높여 불확실성을 낮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이를 위해 해수부는 KMI 해외시장분석센터와 인공지능(AI)이 적용된 ‘씨호라이즌(SEA Horizon)’을 구축했다.
씨호라이즌은 글로벌 통상 리스크를 조기에 감지하고, 수출 영향을 예측해 선제적인 수출 전략을 수립하는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글로벌 이머징 이슈를 탐지하는 모형과 수산물 무역 영향을 계량적으로 예측하는 모형으로 구성된다. 미국의 관세 부과를 예로 들면 실제 조치 전부터 가능성을 감지하고 실행 시 국내 수산물 품목별 시나리오 분석을 진행, 예상 파급 효과를 진단하는 식이다. 한 센터장은 “빠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보전달체계가 보다 신속해야 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AI를 활용한 수출특화 AI 에이전트를 개발해 업계 친화형 정보전달체계를 구축하고, 수출 과정에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전담 인력 풀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