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사가 피고인으로부터 위협과 모욕을 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선변호사의 보수 문제 등 처우 개선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이들의 사명감에만 의존할 경우 국선변호의 질적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선전담변호사 지원자는 150명이며 이중 선발 인원은 46명으로, 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16년 15.22대 1이었던 국선전담변호사 경쟁률은 지속해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선변호에 대한 수요는 늘어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 10명 중 4명이 국선변호사가 선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수도권 지방법원에서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했던 한 변호사는 “간혹 악성 피고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와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점들이 힘들어 국선변호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적잖다”고 밝혔다. 이어 “매번 처우 개선 이야기가 나오지만 잘 안 된다”며 “힘들어도 경력을 쌓아 법관에 지원하려는 변호사들로 수요가 채워지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경쟁률도 크게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국선전담변호사의 수당은 2008년 이후 현재까지 동결돼 처우 개선은 제자리걸음이다. 국선전담변호사 경쟁률이 줄어드는 배경도 열악한 처우 등 이러한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문제가 계속될 경우 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려, 결국 피해는 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익구 서울동부지법 국선전담변호사는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린 ‘전국 국선변호인 처우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국선변호 범위를 확대하면서도 그에 수반해 적정한 보수나 실비 변상이 뒷받침되지 못해 국선변호인의 사명감에만 의존할 경우 국선변호의 양적 성장에 비례한 질적 성장을 담보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변호사 수가 매년 증가함에도 최근 10년간 대법원을 제외한 하급심 법원에서 일반국선변호인의 지원자 수가 15~25%가량 감소했다는 통계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전 서울서부지법 국선전담변호사는 “모든 문제의 근원은 결국 예산 부족으로 귀결된다”며 “예산 문제를 법원행정처의 노력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이제는 변호사단체가 국선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를 상대로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야 하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이어 충분한 예산 확보가 어려울 시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조 전 국선전담변호사는 “예산이 부족하다면 건당 보수를 현실화하는 대신 전체 선정 건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며 “국선변론 지정 수를 줄이려면 ‘나 홀로 소송’ 피고인을 위한 최소한의 절차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