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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상계엄은 내란”… 국헌 문란 폭동 단죄한 尹 1심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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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구형한 사형 대신 무기징역
尹 사죄하고 국힘은 尹과 절연해야
여권은 갈등 치유하고 통합 이루길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 본인의 재판에서도 “계엄 선포는 내란”이라는 사법부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이 어제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 사건 1심에서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공소 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이다. 앞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1심에서 12·3 사태를 내란으로 간주한 것과 일치하는 판단이다. 이로써 대통령도 법 위에 존재하지 않고 대통령의 권력 남용은 반드시 단죄된다는 엄연한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 땅에 법치와 민주주의가 살아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모든 권력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헌법 77조 1항은 대통령에게 전시, 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한해서만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했다. 윤 전 대통령은 12·3 당일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내란 혐의로 기소된 뒤 법정에서는 “국가 비상사태를 국민에게 알리고 이를 극복하는 데 나서주십사 호소한 것”이라는 ‘계몽령’ 궤변을 늘어놨다. 여소야대 국회에 의한 감사원장 탄핵소추 시도 등이 헌정 질서 침해요, 국가 비상사태라는 것인데 동의할 이가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국회와 정부 간의 견해차는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이고, 이를 보장하고자 헌법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명시된 것 아니겠는가. 1심 판결은 최고 권력자에 의한 민주주의 파괴 시도를 사법부가 엄하게 단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재판부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규정하며 “핵심은 군을 국회에 보냈다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군 통수권자다. 그렇지만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의 한 축인 행정부 수장일 뿐이기도 하다. 삼권의 다른 두 주체인 입법부 및 사법부를 존중하고 그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부여된 헌법적 의무임이 명백하다. 그런데도 윤 전 대통령은 12·3 사태 당일 육군 특전사 및 수방사 병력을 국회에 출동시켜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원들 체포를 시도했다.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은 국회가 상당한 기간 동안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저지·마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며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으로 결론지은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계엄 당일 입법·행정·사법 3부에 준하는 독립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를 보낸 윤 전 대통령의 행위 또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계엄 해제 직후 윤 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국방장관에게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정작 투표 후 개표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물증은 제시조차 하지 못했다. 더욱이 선관위 전산시스템 점검은 국방부의 고유 업무가 아닐뿐더러, 그것이 심야에 군대를 보내야 할 만큼 다급한 일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 선관위를 겨냥한 윤 전 대통령의 무도한 행위는 민주주의와 그 핵심 요체인 선거의 가치를 부정하고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은 물론 법원 재판 과정에서 일언반구의 사과도 한 적이 없다. 되레 지난달 결심공판에선 최후진술을 통해 “근현대사에서 가장 짧은 계엄”이라며 마치 스스로 계엄을 끝낸 것처럼 주장했다. 실은 한밤중에 국회의사당 앞으로 달려가 군대 진입을 가로막은 시민과 소극적으로 행동한 군인들 덕분에 계엄이 실패로 끝난 것 아닌가. 우리 국민은 위헌·위법한 계엄을 막고 법적 절차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을 법의 심판대에 세웠다. 마침 ‘대한민국 시민들’이 세계정치학회(IPA) 전·현직 회장 등에 의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고 한다.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하겠다. 윤 전 대통령은 심지어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따른 계엄 선포는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대통령은 원하면 아무때나 군대를 출동시켜 삼권분립을 짓밟아도 형사 면책 대상이 되나. 얼토당토않은 그릇된 논리요, 어불성설일 뿐이다. 윤 전 대통령은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재판부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으나, 이날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한국이 1998년 이래 사형을 한 건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불리는 점을 감안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윤 전 대통령의 죗값이 더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이라도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하길 촉구한다. 내란으로 인정된 비상계엄에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의 책임도 작지 않다. 통렬한 반성과 더불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실행에 옮기길 바란다. 더불어민주당도 12·3 사태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 만큼 더는 무리한 ‘내란몰이’를 자제함이 옳을 것이다. 이제는 비상계엄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에 매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