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 침투를 둘러싼 남북 간 갈등이 봉합됐다. 그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민간 무인기 대북 침투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의지를 표명하자 하루 뒤인 어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곧바로 화답하면서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발 담화에서 “정 장관이 다시 한번 유감과 함께 재발방지 의지를 표명한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신뢰 회복을 위한 남북 간 소통이 이뤄진 점은 반길 일이다.
그러면서도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남부 국경 전반에 대한 경계강화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적대적 두 국가론’ 선언 이후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대전차장애물 등을 설치하는 군사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번 담화는 여기에 ‘경계강화조치’까지 추가한다는 얘기다. 김 부부장은 북한의 ‘주권’을 명시하는 표현도 수차례 사용했다. 무인기 사태를 통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고히 하며 한반도 정세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다.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이번 담화가 정 장관이 긴급 브리핑을 통해 9·19 군사 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의 선제 복원방침을 밝힌 뒤 나왔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남북 간 군사적 합의사항을 국방부 장관이나 청와대 안보실장이 아닌 통일부 장관이 나서 거론한 모양새도 그렇거니와, 비행금지구역의 일방 복원은 휴전선(DMZ) 일대 대북 정찰·감시작전을 포기한다는 선언과 같기 때문이다. 긴장 완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 하더라도 이를 계기로 대북 감시체계가 이완돼선 안 된다.
북한은 자신들의 최대 정치행사인 제9차 당 대회를 앞두고 행사 장소인 평양 4·25문화회관에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초대형 방사포(KN-25) 50문을 일렬로 전시한 모습을 어제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특수한 공격, 즉 전략적인 사명 수행에도 적합화되어 있다”고 했다. 이는 방사포가 단순한 재래식 무기가 아니라 전술핵탄두 탑재를 염두에 둔 핵·재래식 통합 타격 수단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정부의 유화 메시지는 수용하면서도 군사적으로는 여전히 무시하고 자극하는 대남 적대 의식은 이어가겠다는 이중적 행보와 다름없다. 우리가 9·19 합의를 선제로 복원하려는 것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화해와 협력의 제스처다. 이번 남북 간 소통이 실질적 긴장완화 계기로 이어지려면 북한도 대남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달라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