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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구국의 결단 불변” 장동혁 “윤 무죄추정”이라는 궤변 [논설실의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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張, 기자회견에서 사죄·‘절연’ 없이
되레 ‘尹절연 주장과의 절연’ 선언
尹은 “국가·국민 위한 계엄” 강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사법부 1심 판단의 엄중함에도 “구국의 결단”(윤 전 대통령), “무죄 추정의 원칙”(장 대표) 운운하며 궤변을 늘어놓아 안타깝다. 특히 야권의 사령탑인 장 대표는 2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기대한 대국민 사죄나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를 일축했다. 오히려 사실상 12·3 비상계엄 옹호와 ‘윤 어게인’세력과의 연대를 선포한 발언을 쏟아내 보수의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에게 실망을 넘어 충격을 줬다.

 

장 대표는 회견에서 1심 재판부 판단에 “충분한 근거와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며 12·3 비상계엄의 내란 성격을 부인하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의 위법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 1심 판결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의 무죄 추정 발언을 건전한 상식의 다수 국민이 어떻게 인식하겠는가. 12·3  당시 상당수 국민이 TV를 통해 군병력의 국회 투입을 지켜봤고,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비상계엄 포고령을 읽어봤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장 대표 발언은 결국 국헌과 국법을 유린한 행태를 두둔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무엇보다 장 대표 발언은 헌정 질서 유지와 법치 수호를 핵심 가치로 삼는 정통 보수 정당의 존재 의의를 스스로 부정한다. 

 

장 대표 회견은 자기모순의 극치였다. ‘덧셈 정치’를 하자면서 결국 한동훈 전 대표, 친한(한동훈) 세력을 겨냥한 협량(狹量)의 ‘뺄셈 정치’를 계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외연을 확장하겠다고 하면서 사실상 ‘윤 어게인’ 세력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진정한 덧셈 정치는 서로 다른 생각들을 모아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가는,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를 하는 세력, 단호하게 절연해야 할 대상은 오히려 이들”이라고 한 것이다. 또 “진정한 덧셈 정치는 외연 확장”이라면서도 중도층이 아닌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제도권 밖에서 싸우고 있는 많은 분들’의 지원을 호소했다. 

 

장 대표는 이러고도 선거 필승을 강조하니 어이가 없다. 장 대표는 회견에 “선거에서 이겨야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것을 지킬 수 있다”며 “선거에서 지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당장 6·3 지방선거에서 윤 전 대통령과 단절 없이,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 없이 승리할 수 있는가. 승부처인 서울, 수도권, 부산 등지에서는 중도층 민심의 확보 없이 승리는 없다는 것을 역대 선거 결과가 보여줬다. 장 대표에게 묻고 싶다.  장 대표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회견에서 언급한 ‘자유와 법치, 책임과 균형의 가치’인가, 아니면 윤 전 대통령과 계엄의 망령인가.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구국의 결단이었으나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많은 좌절과 고난을 겪게 한 데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한다”면서 여전히 12·3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는 비겁하게 회피했다. 오히려 “12·3 비상계엄 선포는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판단이었다”, “군이 국회에 진입했기 때문에 내란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적용한 데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등 자기합리화의 변명만 내놓았다. 

 

이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 절차를 차분히 지켜볼 때다. 이런 의미에서 여야는 1심 판결과 관련해 재판장 지귀연 판사와 사법부에 대한 압박을 중단해야 한다. 특히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 판사를 거명하며 “세상 물정 모르고 국민 정서도 모르는 철딱서니 없는 판결을 했다”고 인격모독적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내란 청산의 핵심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단죄다. 조희대 사법부를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사법부 압박 의사도 다시 밝혔다. 여당은 형법상 내란죄·외환(外患)죄 사범의 사면을 제한하는 내용의 입법에도 착수했다. 여권이 법원의 구체적 형량을 문제 삼아 담당 재판부와 사법부를 압박하면 삼권분립 훼손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이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제해야 한다. 헌법상 대통령 권한인 사면권을 법률로 제한할 경우 위헌 소지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