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에 전운(戰雲)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사실상 최후통첩을 던졌다. 트럼프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평화위원회 첫 회의 연설에서 이란을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쟁지역(hotspot)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란과) 의미 있는 합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아마도 앞으로 열흘 안에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조지아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는 ‘10일’에 대해 “충분한 시간일 것”이라면서 “10일이나 15일. 거의 최대한도”라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이 감행되면 환율과 유가를 자극해 우리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각별한 대응이 요구된다.
성급한 예상은 금물이지만, 단순한 엄포로만 넘길 일도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이란의 핵시설을 전격적으로 공습하기 직전에도 ‘2주일’이라는 시한을 언급한 뒤 그보다 일찍 기습 작전을 감행했다. CNN 등 미언론은 미군이 최근 최첨단 스텔스전투기인 F-35, F-22 등 주력 전투기 편대와 공중급유기, 지휘통제기 등을 중동에 급파했다고 전했다. 니미츠급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와 핵 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함도 중동에 집결하면서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당장 국제유가와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19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종합지수 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하락했다. 국제유가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현지시간 18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0.35달러로, 전장 대비 4.35%(2.93달러) 폭등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도 4.59%(2.86달러) 상승한 배럴당 65.19달러에 마감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으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폐쇄다.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5%,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우리나라는 수입 원유의 70%가 중동산인데 대부분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서 온다. 이곳이 봉쇄되면 전 세계 해상 운송과 석유 공급 등이 차질을 빚으면서 세계 경제에 막대한 충격이 불가피해진다. 실제 지난 17일 고위급 핵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란은 군사훈련 중 안전상의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일부를 일시 폐쇄하기도 했다. 이란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부터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매설하며 해상 통행을 봉쇄한 적이 있다.
일촉즉발의 중동 정세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내수 부진에서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업의 생산원가 부담을 키운다. 이는 물가를 자극하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선제적이고 치밀한 준비만이 중동발 쇼크가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비상시 원유 수급 대체 노선과 충분한 비축물량 확보 등 원유 수급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환율 리스크가 커지고, 외국인 이탈이 가속화하면 국내 주식 시장도 휘청댈 게 뻔한 만큼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언제든지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범부처 차원의 24시간 상시 비상시스템을 가동해 국제 정세를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