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빅테크 기업 구글이 요구하는 ‘고정밀 한국 지도 반출’을 수용하는 쪽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한국에 서버가 없다는 정부와 일각의 지적에 대해 구글이 ‘데이터 센터’를 한국에 구축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반출로 인해 미국이 지목한 디지털 비관세 장벽 중 하나가 해소되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관세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각에선 여전히 초정밀지도 반출로 인한 안보 위협과 산업손실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IT(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정부에서 요구한 군부대 등 안보 시설에 가림(블러) 처리와 국내에 서버를 두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현재 고정밀 한국 지도의 반출이 허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구글에 고정밀 지도 반출 등 디지털 서비스 비관세 장벽이 해소되지 않으면 관세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미 통상 당국은 조만간 관세·비관세 장벽 해소를 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이 이번 수용에서 정부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 대한 ‘구글맵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신산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반출 허용 쪽으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대부분 국가에서 구글지도가 작동되는 만큼 구글맵과 연계한 인공지능(AI), 우버 등 각종 디지털 서비스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정밀지도가 반출될 경우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정진도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공간정보학회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2026 산학협력 포럼’에서 “고정밀지도가 국외로 이전될 경우 올해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최소 150조6800억원에서 최대 197조38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지도 반출 여부를 결정하기 이전 경쟁 공정성 확보를 위해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고, 플랫폼의 공정 경쟁을 제도화하는 등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피지컬 AI 시대, 국가 기간 인프라를 포기하는 졸속 개방은 향후 10년간 최대 197조원 산업손실과 안보파탄을 초래한다”며 초정밀지도 반출을 반대했다. 이들은 “오늘날의 지도는 과거의 단순한 길 찾기 도구가 아니라 현실 세계를 복제한 ‘디지털 트윈’이자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피지컬 AI를 움직이는 핵심 인프라”라며 “경제적 측면에서,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은 데이터 독과점과 종속을 심화시키고 국내 혁신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2007년과 2016년 구글의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에 대해 안보를 이유로 불허한 바 있다. 구글은 지난해 3월 또다시 정부에 고정밀지도를 구글의 해외 데이터센터로 반출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구글에 요청한 보완 서류를 검토한 뒤 관계 기관 협의체를 통해 반출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