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를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걸림돌 중 하나로 보고 매물을 내놓도록 압박하고 정부가 세제와 대출 규제 카드로 호응하자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3주 연속 둔화하고, 경기 과천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1년8개월(88주) 만에 하락으로 돌아섰다. 특히 서울 강남구 매매가격 상승률은 0.01%까지 낮아지고 서초·송파구도 오름폭이 축소되는 등 강남권의 둔화가 두드러진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 가격은 이달 셋째 주 0.15% 올라 둘째 주(0.22%)보다 상승폭이 0.07%포인트 축소됐다. 1월 마지막주 0.31%를 기록한 이후 3주 연속 둔화세다. 강남구는 둘째 주 0.02%에서 셋째 주 0.01%로 사실상 보합권에 진입했다. 서초구(0.13%→0.05%)와 송파구(0.09%→0.06%)도 상승폭이 줄었다. 가격 상승폭이 컸던 경기 일부 지역에서도 꺾이는 추세다. 셋째 주 과천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전주 대비 0.03% 떨어져 88주 만에 하락세를 보였다. 용인 수지구(0.75%→0.55%)와 안양 동안구(0.68%→0.26%)도 상승폭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실거주 의무 유예 등 퇴로를 열어주자, 시장이 당분간 관망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물 증가세도 뚜렷하다. 아파트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부동산 압박 발언을 본격화한 지난달 21일 이후 강남구 매물은 18.9%, 서초구는 25.4%, 송파구는 44.8% 각각 늘었다. 절세를 고려한 급매물과 고가 주택 보유자들의 매도 움직임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보유세 개편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매수세가 관망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권은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이 누적되면서 상승세가 둔화됐다”며 “차익 실현 매물과 세 부담 매물이 겹치면서 단기 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자금 조달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매수 자금을 증여·상속에 의존하는 사례가 늘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서울 주택 매수 자금조달계획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여·상속 자금은 4조4407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4년(2조2823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전체 조달 자금 중 비중은 4%대에 그치지만,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 이후 이른바 ‘부모 찬스’가 확대된 영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